나쓰코 장편소설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소셜미디어가 유행하는 시대, 우리는 관음증과 노출증이 일상화한 사회에 산다.

타인의 일상을 훔쳐보고 자신의 생활을 굳이 남에게 보여주려 한다.

SNS에 올리는 사진, 영상, 글에는 치부는 최대한 숨기는 대신 과장과 미화가 넘친다.

문화예술 측면에서 포르노그래피는 관음증이 자본주의와 만나 극대화한 형태다.

정부 단속에도 각종 동영상 사이트에는 신체 노출 채널들이 근절되지 않아 골치다.

이른바 '먹방'으로 불리는 음식 먹기 동영상과 TV 프로그램은 일종의 '푸드 포르노'로 불리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서로 거짓 자아를 노출하고 훔쳐보며 쾌감을 느끼는 현대인들. 아무런 관계도 없고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의 일상을 엿보고 추적하며 머릿속에서 소설을 쓰는 사람들.
지난해 일본 최고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이마무라 나쓰코의 장편소설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는 이런 세태를 세련된 방식으로 꼬집는다.

'보라색 치마'로 불리는 여자와 그를 멀리서 바라보고 추적하고 염탐하는 화자 '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호기심, 관음증, 그리고 악마성의 발견
'나'가 사는 동네에서 '보라색 치마'는 유명인이다.

항상 같은 보라색 치마를 입고 머리는 헝클어진 지저분한 외모를 지녔고,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 거리에 나와 빵을 사가고 공원에서 휴식한다.

단기 계약직 일을 전전하고 작은 빌라에 살며 겨우 생계를 꾸려간다.

누구도 그의 이름이나 사연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이 마을에서 보라색 치마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마치 소셜미디어 속에서 유령처럼 둥둥 떠다니는 우리 자아와 비슷하지 않은가.

사람들은 보라색 치마가 등장하면 수군거리고 아이들은 등을 때리고 도망가는 장난을 한다.

나는 이런 보라색 치마를 관음증 환자처럼 오랫동안 지켜본 끝에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다.

보라색 치마가 늘 앉는 공원 벤치에 끈질기게 구인 정보지를 가져다 놓은 끝에 자신이 객실 청소원으로 일하는 호텔에 보라색 치마도 취직하도록 하는 데 성공한다.

함께 일하게 됐지만, 여전히 보라색 치마와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생각보다 보라색 치마는 빨리 정상을 찾아갔고 지켜보니 사회성도 상당히 좋은 것 같다.

'나'는 불안해진다.

어쩌면 나보다 사회성도 좋고 일도 잘하는 것 같아서다.

심지어 보라색 치마는 상사와 불륜 관계까지 간다.

'나'는 점점 불안해진다.

이마무라는 1980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오사카에서 대학을 나왔다.

29살에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고 소설을 쓰기로 했다.

첫 소설 '여기는 아미코'로 다자이 오사무 상과 미시마 유키오 상을 받았다.

소설집 '오리'로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을, 장편 '별의 아이'로 노마문예신인상을 받았다.

'별의 아이'는 올해 아시다 마나 주연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