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광부 "학창시절 행복한 추억 남아야…안전 최우선 정책 펴길"
제주 해녀 "싸우는 국회 더는 안 돼…소외 받는 국민 없게 해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유권자들은 사상 처음으로 2m 이상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투표소 앞에 줄을 섰다.

발열 체크와 손 소독에 이어 비닐장갑까지 착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차분하게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유권자들은 저마다 처한 상황과 정치적 성향은 달랐지만, 이제 정쟁을 끝내고 소통과 협치로 코로나19에 타격 입은 대한민국을 회복시키는 데 당선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 해녀 강애심(68) 씨는 "21대 국회에서 더는 싸우는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공동체 문화가 잘 꾸려진 해녀처럼 국민과 나라를 위해 협치하고 단합하고 소통하면서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해녀를 비롯해 바다를 생계터전 삼는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몹시 어려운 데, 소외받는 국민이 없도록 어민과 어촌 구석구석까지 잘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부동석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이 최악의 위기여서 당선인에게 축하인사조차 할 여유가 없다"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멈춰선 대한민국을 다시 움직이기 위해 국회가 '포스트 코로나'를 철저히 준비하고, 하루빨리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책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속초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재진(56) 씨는 "21대 국회는 아사 직전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당선 전후가 다른 이전 국회의 모습을 답습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 주민 이완배(67) 씨는 "관광객이 끊긴 데다, 외국인 근로자도 들어오지 못해 농사철인데도 일할 사람이 없다"며 "새 국회는 코로나19 극복과 더불어 국민이 편안하게 살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강원도 태백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일하는 김대광(58) 씨는 "생산량과 판매가격 통제 속에서 70년간 쌓인 적자가 광업계 경영난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광부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지경"이라며 "폐광지역이 자생하도록 경쟁력 있는 기업유치와 더불어 안전을 최우선하는 정책을 펴 광부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주에 사는 주부 박현경(45) 씨는 "아이들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야 할 학창 시절을 '버텨야 하는 시간'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며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해야 하는데 입시 공부를 하는 기계로 사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교사 능력이 훌륭해서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며 "입시제도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달라"고 주문했다.

청주 운천고등학교 3학년 정지명(18) 군은 "국회의원들은 지역구라도 선거 기간에만 얼굴을 보인다"며 "선거가 아니라도 시민 곁에서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인천시 옹진군 공무원 허현범(44) 씨는 "당선인은 유권자의 기대와 희망을 4년 내내 가슴에 새기고 선거 기간 경청한 주민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새 국회는 여야가 싸우지 말고 협치하고 지방 정부와도 소통해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정치인을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광일(45)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선거가 마무리됐으니 하루빨리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선거기간 약속한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좌 사무처장은 "당선자들은 지역 대표 일꾼임을 잊지 말고 주민과 소통하고 대화하며, 국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숙희, 백나용, 백도인, 변지철, 손현규, 이종건, 이승민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