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달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증권 범위를 넓힌 결정에 따라 금융회사 담보여력이 30조원 이상 늘어났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14일 공개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은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의 특수채 보유 규모, 채권 대차 활용 가능성을 고려할 때 RP 매매대상 증권에 특수채가 포함될 경우 대상기관의 담보 여력이 30조원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당시 금통위에서 금융회사가 요청한 RP를 제한없이 사들이는 내용의 안건을 처리했다. RP 거래를 할 수 있는 금융사에 증권사 11곳을 추가하고 RP 매매 대상 증권도 은행채와 한국전력 등 8개 공기업 채권으로 확대했다. RP는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당시 조치로 금융사들은 금고에 쌓아뒀던 은행채와 공공기관 특수채를 활용해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한은이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 정부 보증채로 좁혀 놓은 RP 담보 채권 범위를 대폭 넓힌 데 따른 것이다.

한 금통위원은 당시 회의에서 "위기상황에서는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 사정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며 "외화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초저금리 기간이 길어지며 다양한 금융 불균형 축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