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휘말리고, 담보 잡히고…흔들리는 '손정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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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투자 실패로 체면 구겨
비전펀드 출자위해 개인 대출
소프트뱅크 시총 반토막 나자
日 금융사서 지분 추가 담보 요구
'셀프 구제책'으로 급한불 꺼
비전펀드 출자위해 개인 대출
소프트뱅크 시총 반토막 나자
日 금융사서 지분 추가 담보 요구
'셀프 구제책'으로 급한불 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계속되는 투자 실패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본인이 투자한 공유오피스 기업인 위워크로부터 소송을 당한 데 이어 소프트뱅크그룹 주식이 폭락하는 바람에 보유 주식의 60%를 대출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손 회장이 40억달러(약 4조8420억원)에 달하는 개인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소프트뱅크그룹 주식 570만 주를 크레디트스위스(CS), 다이와증권, 노무라증권, 미즈호파이낸셜 등 금융회사들에 담보로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출담보로 제공되는 손 회장의 보유주식은 지난해 6월 2230만 주에서 2800만 주로 늘어난다. 손 회장이 보유한 소프트뱅크그룹 전체 주식(4620만 주·지분율 22.1%)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2호에 출자하기 위해 개인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펀드는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각각 281억달러와 450억달러를 출자해 1000억달러 규모로 설립한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이다. 지난해 비전펀드2호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손 회장은 50억달러를 개인적으로 출자하기로 했는데 이 중 40억달러를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것으로 전해진다. 비전펀드의 ‘투자 실패’
손 회장의 담보 주식이 늘어난 건 소프트뱅크그룹 주가가 급락함에 따라 추가 증거금 납부 요청(마진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지난 2월 21일 5665엔(약 6만3000원)까지 올랐던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지난달 19일 4년 만의 최저치인 2687엔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이 5조6000억엔(약 61조330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 나면서 손 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도 1조2000억엔까지 떨어졌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난달 23일 4조5000억엔(약 5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뒤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62% 반등했다. 마진콜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연이은 투자 실패로 인한 주가 급락이 손 회장의 경영권마저 위협할 뻔했다.
주가를 떨어뜨린 직접적인 원인은 비전펀드의 투자 실패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실적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인 비전펀드와 이동통신, 정보기술(IT), 반도체 설계 사업부문 등으로 구성된다. 2018년 말 비전펀드가 8088억엔의 영업이익을 냈을 때만 해도 소프트뱅크그룹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작년 말 비전펀드가 7978억엔의 적자를 내면서 상황이 변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2019회계연도 2분기(7~9월) 7001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버클리대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손 회장이 1981년 9월 회사를 세운 이래 최악의 실적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공유산업 휘청
공유 사무실 서비스 기업인 위워크 투자 실패가 대표적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위워크에 지금까지 6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작년 말 손실 규모가 36억2100만달러에 달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직격탄이 됐다. 손 회장은 지난 7일 추가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워크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나머지 투자 실적도 시원치 않다. 글로벌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클라우드 메신저 플랫폼인 슬랙은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가장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되는 알리바바에서도 손을 털기로 했다. 올 들어 알리바바 주가가 20% 이상 빠지면서 40조원가량의 평가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도 비전펀드에 큰 타격을 안기고 있다. 투자기업들의 상장이 잇따라 미뤄지면서 돈줄이 막힌 탓이다. 지금까지 비전펀드가 투자한 업체 가운데 8곳만 상장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2020년 10개사가 추가로 상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손 회장도 지난 2월 12일 실적발표에서는 “몇 개 수준을 예상한다”고 물러서며 시장 상황을 인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비전펀드 투자 대상의 40%가 중국에 집중돼 있어 코로나19 사태와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해 타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의 부채 규모 역시 2018년 3월 말 24조9074억엔에서 작년 말 30조2150억엔으로 6조엔 가까이 늘었다.
손 회장 투자방식도 도마에 올라
전 세계 벤처캐피털 운영자산(약 8030억달러)의 26%를 주무르는 비전펀드가 휘청대자 철저히 감각에 의존하고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관련 기업을 싹쓸이해온 손 회장의 투자방식도 비판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회장은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지난 2월 실적발표회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PT)을 맡은 그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사업과 경영이 너무 재밌다”고 했다. 손 회장은 “투자업계에서 10승 무패식의 성과는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전펀드는 손익 면에서 3승 1패”라고 강조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22개사가 6000억엔의 평가손실을 냈지만 37개사가 합계 1조8000억엔의 평가이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투자 실패가 거듭되고 있어도 소프트뱅크그룹은 여전히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 현금만 1조엔이고 비전펀드 1, 2호의 운영자금도 20조엔(약 212조원)에 달한다. 작년 말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조7591억엔 줄었지만 전체적인 현금흐름은 3조8585억엔으로 1년 전보다 5000억엔 이상 늘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손 회장이 40억달러(약 4조8420억원)에 달하는 개인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소프트뱅크그룹 주식 570만 주를 크레디트스위스(CS), 다이와증권, 노무라증권, 미즈호파이낸셜 등 금융회사들에 담보로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출담보로 제공되는 손 회장의 보유주식은 지난해 6월 2230만 주에서 2800만 주로 늘어난다. 손 회장이 보유한 소프트뱅크그룹 전체 주식(4620만 주·지분율 22.1%)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2호에 출자하기 위해 개인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펀드는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각각 281억달러와 450억달러를 출자해 1000억달러 규모로 설립한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이다. 지난해 비전펀드2호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손 회장은 50억달러를 개인적으로 출자하기로 했는데 이 중 40억달러를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것으로 전해진다. 비전펀드의 ‘투자 실패’
손 회장의 담보 주식이 늘어난 건 소프트뱅크그룹 주가가 급락함에 따라 추가 증거금 납부 요청(마진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지난 2월 21일 5665엔(약 6만3000원)까지 올랐던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지난달 19일 4년 만의 최저치인 2687엔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이 5조6000억엔(약 61조330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 나면서 손 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도 1조2000억엔까지 떨어졌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난달 23일 4조5000억엔(약 5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뒤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62% 반등했다. 마진콜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연이은 투자 실패로 인한 주가 급락이 손 회장의 경영권마저 위협할 뻔했다.
주가를 떨어뜨린 직접적인 원인은 비전펀드의 투자 실패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실적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인 비전펀드와 이동통신, 정보기술(IT), 반도체 설계 사업부문 등으로 구성된다. 2018년 말 비전펀드가 8088억엔의 영업이익을 냈을 때만 해도 소프트뱅크그룹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작년 말 비전펀드가 7978억엔의 적자를 내면서 상황이 변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2019회계연도 2분기(7~9월) 7001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버클리대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손 회장이 1981년 9월 회사를 세운 이래 최악의 실적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공유산업 휘청
공유 사무실 서비스 기업인 위워크 투자 실패가 대표적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위워크에 지금까지 6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작년 말 손실 규모가 36억2100만달러에 달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직격탄이 됐다. 손 회장은 지난 7일 추가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워크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나머지 투자 실적도 시원치 않다. 글로벌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클라우드 메신저 플랫폼인 슬랙은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가장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되는 알리바바에서도 손을 털기로 했다. 올 들어 알리바바 주가가 20% 이상 빠지면서 40조원가량의 평가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도 비전펀드에 큰 타격을 안기고 있다. 투자기업들의 상장이 잇따라 미뤄지면서 돈줄이 막힌 탓이다. 지금까지 비전펀드가 투자한 업체 가운데 8곳만 상장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2020년 10개사가 추가로 상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손 회장도 지난 2월 12일 실적발표에서는 “몇 개 수준을 예상한다”고 물러서며 시장 상황을 인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비전펀드 투자 대상의 40%가 중국에 집중돼 있어 코로나19 사태와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해 타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의 부채 규모 역시 2018년 3월 말 24조9074억엔에서 작년 말 30조2150억엔으로 6조엔 가까이 늘었다.
손 회장 투자방식도 도마에 올라
전 세계 벤처캐피털 운영자산(약 8030억달러)의 26%를 주무르는 비전펀드가 휘청대자 철저히 감각에 의존하고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관련 기업을 싹쓸이해온 손 회장의 투자방식도 비판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회장은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지난 2월 실적발표회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PT)을 맡은 그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사업과 경영이 너무 재밌다”고 했다. 손 회장은 “투자업계에서 10승 무패식의 성과는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전펀드는 손익 면에서 3승 1패”라고 강조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22개사가 6000억엔의 평가손실을 냈지만 37개사가 합계 1조8000억엔의 평가이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투자 실패가 거듭되고 있어도 소프트뱅크그룹은 여전히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 현금만 1조엔이고 비전펀드 1, 2호의 운영자금도 20조엔(약 212조원)에 달한다. 작년 말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조7591억엔 줄었지만 전체적인 현금흐름은 3조8585억엔으로 1년 전보다 5000억엔 이상 늘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