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 "동생 구하러 불구덩이 뛰어든 형은 봉사활동 가장 많이 한 학년회장"
친구들 "늘 바보처럼 웃고 고민 들어주던 착한 녀석" 애통…울산교육청, 모금 운동 벌여
"아픈 동생과 아쿠아리움 가려 했는데…" 화마가 삼킨 형제 장례
"주말이면 아픈 동생 밥 챙겨 준다고 집에 가던 학생이었습니다.

아빠 가게 일도 도왔고요.

평소 성품을 보면 불길에 뛰어들고도 남을 녀석이었어요.

이렇게 보내기에는 정말 너무 아까운…"
불길 속 동생을 구하지 못하고 결국 동생과 함께 숨진 형제의 장례식이 열린 9일, 교사는 제자를 먼저 떠나 보낸 슬픔에 말을 맺지 못했다.

지난 8일 새벽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불이 나자 초등학생 동생을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동생과 함께 숨진 고등학생 김모(18) 군을 지난해 맡았던 정모 담임교사는 김군을 매우 성실한 제자로 기억했다.

김군은 지난해 1학년 전체 대표를 맡아 활동할 정도로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던 학생이었다.

봉사활동도 1학년 중에서 가장 많이 했다고 정 교사는 설명했다.

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으로 학기 중 평일에는 기숙사 생활을 했던 김군은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가 9살 동생을 돌봤다.

동생은 어린 시절 사고를 당해 장애가 있어 경북의 한 특수학교에서 생활하다가 역시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왔고, 형제는 그제야 만날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형제는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

이날 장례식장을 찾은 한 친구는 "동생이 아쿠아리움에 가고 싶어해서 데리고 가고 싶다고 했던 게 불과 지난 주다"며 "동생을 많이 아꼈다"고 회상했다.

장례식장에는 친구 수십명이 찾아 김군과 동생의 넋을 위로했다.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는 한 친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늘 웃고 다니던 녀석이어서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바보라고 부르기도 했다"며 "다른 친구들 고민을 항상 들어주던 착한 친구였다"고 털어놨다.

자식을 한꺼번에 잃은 김군 부모는 문상객을 맞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부모가 생업으로 집을 비웠던 때 불이 났던 만큼, 경제 사정도 넉넉지 못해 장례식 비용도 부담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지난해 사기를 당해 빚이 있는 데다가 식당을 운영하면서 경기가 나빠지자 부업으로 허드렛일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울산시교육청 직원들은 모금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