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들, 전담 진료팀 가동 환영하지만, 확진 시 현지 병원 격리 불안

김창범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는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한국인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상황 발생 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할 테니 믿고 따라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범 주인도네시아 대사 "한국인 확진 대비, 역량 다할 것"
김 대사는 이날 자카르타의 대사관에서 언론인 간담회를 열고, 최근 코로나19 관련 현황과 대책에 관해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천956명이며, 아직 한국인 확진자는 없다.

대사관 옆 메디스트라병원은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와 협약을 맺어 전날부터 '한인전담 COVID-19 진료팀'을 가동했다.

인도네시아 거주 한국인은 코로나19 의심 증상 발현 시 한인회를 통해 예약하고 검사받을 수 있다.

대사관은 전담팀이 가동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며, 만약 한국인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격리 병실이 허락하는 한 메디스트라병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병원 측과 협의했다.

김 대사는 "메디스트라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격리 병실이 20개"라며 "병실이 꽉 찬 상황에서 한국인 확진자가 발생하면 인도네시아 국가 지정 병원으로 이송되겠지만, 이때도 최선을 다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재 자카르타 시내 코로나19 대응 지정 병원은 병실이 부족하고, 끄마요란의 아시안게임 선수촌을 개조한 응급병원에 환자들이 보내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선수촌 개조 병원의 병실이 점점 부족해지자 3개 건물을 추가로 개조하겠다고 밝혔다.

교민들은 전담 진료팀이 가동된 것은 환영하지만, 확진 판정 시 현지 병원에 격리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보건 의료는 속지주의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고, 현재 상황에서 특정 국가를 위한 별도의 서비스를 만들어달라고 할 수는 없다"며 "한국과 비교해 의료수준에 차이가 있기에 지병이 있는 교민 등은 일시 귀국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창범 주인도네시아 대사 "한국인 확진 대비, 역량 다할 것"
대사관은 한국인 확진자 발생 시 영사조력과 지원 절차를 마련해 이날 설명했다.

대사관 측은 확진자 정보공개와 관련해서는 인도네시아의 사생활 보호 원칙에 따라 감염 시점과 대략적인 거주지만 공개하고, 세세한 동선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

간담회에서는 한인 전담 진료팀이 사용하는 한국산 신속 진단키트 사용법에 관한 시범도 이뤄졌다.

한국 바이오기업이 한인회에 진단키트를 기부했으며 해당 업체 측은 정확도가 95%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검사는 가운뎃손가락에서 혈액을 채취한 뒤 키트에 넣고 시약을 섞어주면 된다.

두 줄이면 코로나19 양성, 한 줄이면 음성을 뜻한다.

만약 신속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오면, 정확도가 더 높은 유전자 증폭검사(PCR)를 받을 수 있다.

김창범 주인도네시아 대사 "한국인 확진 대비, 역량 다할 것"
한편, 대사관 측은 10일부터 자카르타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규모 사회적 제약'(PSBB)이 시행된다며 관련 규정을 잘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면 봉쇄 불가' 원칙을 고수하기에, PSBB가 시행되면 외출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슈퍼마켓과 병원, 주유소, 은행 등 필수 8개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은 재택근무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5명 이상의 야외 모임은 모두 금지되며, 대중교통은 오전 6시∼오후 6시만 운행하고, 택시와 승용차는 탑승객 수를 줄여야 한다.

대사관 관계자는 "경찰과 군이 2주 동안 전방위적으로 순찰을 하고, 단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부 규정이 오늘 오후 중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재한 한인회장은 "교민들이 봉제공장을 많이 운영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서 원·부자재 수입이 차단되고 주문까지 끊기면서 상당히 혼란스럽다"며 "봉제업계는 인건비 부담이 워낙 크기에 라마단, 르바란까지 임시로 문을 닫는 회사들이 속속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