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양감시선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어선을 침몰시킨 사건과 관련해 베트남, 미국에 이어 필리핀 정부도 중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인근 해상에서 지난 2일 중국 해양 감시선이 베트남 어선과 충돌해 침몰시키고 어부들을 억류했다가 풀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과 dpa 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외무부는 8일 성명에서 이 사건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우리는 비슷한 (피해) 경험을 통해 그런 일로 얼마나 많은 신뢰를 잃게 되는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선박이 필리핀 어선과 충돌해 침몰시키고도 물에 빠진 선원 22명을 구조하지 않은 채 도주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필리핀 외무부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우 엄중한 이 시기에 그러한 행위는 국가 간 신뢰와 우호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의 이 같은 입장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실리외교를 표방하며 친(親) 중국 외교 노선을 걷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앞서 베트남 외교부는 지난 4일 중국 측에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미국 국무부의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도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남중국해에서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을 주장하고 동남아시아의 이웃들에게 손해를 입혀온 일련의 중국 측 행위의 연장 선상"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