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기업 엑슨모빌이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100억달러(약 12조원) 줄이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지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탓이다.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올해 계획했던 설비투자를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엑슨모빌은 당초 33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억달러를 줄인 220억달러로 낮추기로 했다. 셰일오일 개발 등을 비롯해 모잠비크의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등에 대한 투자가 삭감 대상에 들어갔다.

엑슨모빌은 단기적으로 세계 원유 수요가 20~30%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경우 투자를 더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우즈 CEO는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한 현금을 유지하고,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를 이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9.4%(2.45달러) 하락한 23.6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등 주요 산유국이 참여하는 ‘OPEC+’의 감산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회의론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