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작과 여론조작에 악용되는 빅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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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디스토피아 현실 고발서 '타겟티드'
빅 데이터는 '21세기의 금광'이자 '미래의 석유'로 불린다.
그만큼 현재와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하지만 통제되지 않은 데이터 권력의 위험에 대해선 잘 모른다.
설령 알더라도 그 파괴력을 좀처럼 실감하지 못한다.
저서 '타겟티드'로 빅 데이터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한 브리태니 카이저는 영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사업개발 이사로 일했다.
그 과정에서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사상, 정치 성향, 성생활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수집돼 정치공작과 여론조작에 활용됨을 목격했다.
그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사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지원하는 데 활용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데이터 산업의 비윤리적 관행을 들춰내며 문제 제기한 내부고발자가 된 것이다.
이번 책은 빅 데이터 활용으로 세계가 주목하던 혁신 기업의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고발한다.
개인정보가 어떻게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이용됐고, 그 과정에서 개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조종당했는지 내막을 들춘다.
나아가 빅 데이터가 우리 정치를 통째로 바꿔놓는 파괴력을 지녔다며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조언해준다.
데이터 스캔들이 처음 폭로된 건 2018년이었다.
20억 인구가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서 사용자 정보가 대량 유출되자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 누구도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출된 데이터가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이용됐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2015년부터 3년 반 동안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일했던 저자는 트럼프 선거운동과 브렉시트, 프랑스ㆍ나이지리아ㆍ가나ㆍ멕시코 대선 등에 개입한 사실을 책에서 증언한다.
그녀가 밝히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2014년 케임브리지대 알렉산드르 코건 교수는 페이스북으로 성격 테스트에 참여한 27만 명과 그들의 친구 목록에 있는 5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팔았다.
그리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성격 프로파일링'을 통해 개개인의 성격과 성향을 세밀히 분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세계의 수많은 정치인에게 자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타깃이 됐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철저히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수천 가지 메시지를 페이스북, 스냅챗, 판도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했다.
그 결과 트럼프에 대한 4천 개의 서로 다른 온라인 광고가 수백만 명의 미국들에 의해 15억 회나 조회됐다.
개인이 생각을 바꿀 때까지 집요하게 공략하는 방식은 전쟁 심리전을 방불케 했다.
이 같은 심리공작의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영국이 유럽을 탈퇴하는 브렉시트가 이뤄졌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케냐에서는 이들의 주도 아래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졌으며,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는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극대화한 '그렇게 하자(Do so)' 운동이 전국을 강타했다.
저자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개입한 선거만 전 세계 68개국 200개 이상이라고 덧붙인다.
이 모든 게 페이스북의 허술한 개인정보 보호정책과 연방정부의 감독 부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데이터에 대한 권리는 우리 세대에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자산은 생산자들이 그 가치에 대한 권리나 수집, 저장, 거래, 수익에 대해 어떤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는 유일한 자산"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실리콘밸리가 우리를 조용히 약탈하는 것을 내버려 두고 있다.
디지털 생활을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플랫폼에 자랑스럽게 게시하면서 스스로 동의해 타깃이 돼왔다.
우리는 중요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지금을 변화의 기회로 삼을지, 아니면 밝은 미래를 놓쳐버린 탁상공론가로 역사에 남을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 같은 여론조작과 무관할까? 대표적인 국내 데이터 스캔들로 한나라당이 2006년 '매크로'를 이용해 여론 조작 활동을 폈다는 의혹이 2018년 5월에 보도됐고, 2012년엔 이명박 정부가 대선 승리를 목적으로 국가정보원 등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그 해인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 인터넷에서 암약한 기독교 우파 계통의 댓글 작성 조직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번 책은 총선 기간에 출간돼 더욱 눈길을 끈다.
고영태 옮김. 한빛비즈. 424쪽. 1만8천원. /연합뉴스
빅 데이터는 '21세기의 금광'이자 '미래의 석유'로 불린다.
그만큼 현재와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하지만 통제되지 않은 데이터 권력의 위험에 대해선 잘 모른다.
설령 알더라도 그 파괴력을 좀처럼 실감하지 못한다.
저서 '타겟티드'로 빅 데이터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한 브리태니 카이저는 영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사업개발 이사로 일했다.
그 과정에서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사상, 정치 성향, 성생활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수집돼 정치공작과 여론조작에 활용됨을 목격했다.
그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사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지원하는 데 활용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데이터 산업의 비윤리적 관행을 들춰내며 문제 제기한 내부고발자가 된 것이다.
이번 책은 빅 데이터 활용으로 세계가 주목하던 혁신 기업의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고발한다.
개인정보가 어떻게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이용됐고, 그 과정에서 개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조종당했는지 내막을 들춘다.
나아가 빅 데이터가 우리 정치를 통째로 바꿔놓는 파괴력을 지녔다며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조언해준다.
데이터 스캔들이 처음 폭로된 건 2018년이었다.
20억 인구가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서 사용자 정보가 대량 유출되자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 누구도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출된 데이터가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이용됐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2015년부터 3년 반 동안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일했던 저자는 트럼프 선거운동과 브렉시트, 프랑스ㆍ나이지리아ㆍ가나ㆍ멕시코 대선 등에 개입한 사실을 책에서 증언한다.
그녀가 밝히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2014년 케임브리지대 알렉산드르 코건 교수는 페이스북으로 성격 테스트에 참여한 27만 명과 그들의 친구 목록에 있는 5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팔았다.
그리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성격 프로파일링'을 통해 개개인의 성격과 성향을 세밀히 분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세계의 수많은 정치인에게 자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타깃이 됐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철저히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수천 가지 메시지를 페이스북, 스냅챗, 판도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했다.
그 결과 트럼프에 대한 4천 개의 서로 다른 온라인 광고가 수백만 명의 미국들에 의해 15억 회나 조회됐다.
개인이 생각을 바꿀 때까지 집요하게 공략하는 방식은 전쟁 심리전을 방불케 했다.
이 같은 심리공작의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영국이 유럽을 탈퇴하는 브렉시트가 이뤄졌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케냐에서는 이들의 주도 아래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졌으며,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는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극대화한 '그렇게 하자(Do so)' 운동이 전국을 강타했다.
저자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개입한 선거만 전 세계 68개국 200개 이상이라고 덧붙인다.
이 모든 게 페이스북의 허술한 개인정보 보호정책과 연방정부의 감독 부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데이터에 대한 권리는 우리 세대에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자산은 생산자들이 그 가치에 대한 권리나 수집, 저장, 거래, 수익에 대해 어떤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는 유일한 자산"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실리콘밸리가 우리를 조용히 약탈하는 것을 내버려 두고 있다.
디지털 생활을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플랫폼에 자랑스럽게 게시하면서 스스로 동의해 타깃이 돼왔다.
우리는 중요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지금을 변화의 기회로 삼을지, 아니면 밝은 미래를 놓쳐버린 탁상공론가로 역사에 남을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 같은 여론조작과 무관할까? 대표적인 국내 데이터 스캔들로 한나라당이 2006년 '매크로'를 이용해 여론 조작 활동을 폈다는 의혹이 2018년 5월에 보도됐고, 2012년엔 이명박 정부가 대선 승리를 목적으로 국가정보원 등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그 해인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 인터넷에서 암약한 기독교 우파 계통의 댓글 작성 조직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번 책은 총선 기간에 출간돼 더욱 눈길을 끈다.
고영태 옮김. 한빛비즈. 424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