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덩치 키우기 '뒤탈'
'중국 유니콘' 신뢰도 치명타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됐던 중국 루이싱(러킨)커피가 회계 부정을 고백하며 한순간에 몰락 위기에 처했다. 수익성을 도외시하고 몸집만 부풀리면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중국 스타트업들의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루이싱커피 주가는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75.6% 폭락한 6.4달러로 마감했다. 65억달러(약 8조원)였던 시가총액은 16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장 개장 직전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작년 2~4분기 매출이 22조위안(약 3800억원)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다.
루이싱이 기존에 내놨던 작년 1~3분기 매출이 29억2900만위안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허위 매출 규모가 상당하다. 작년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4분기 예상 매출을 21억~22억위안으로 제시했으나 이마저 믿기 어려운 숫자가 됐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스타벅스의 대항마’라며 한껏 기대를 걸었던 루이싱의 회계 부정 충격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회사 경영진이 실제로 집행하지 않은 광고비, 운영비 등 거액의 자금을 외부로 빼돌렸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 블랙록, JP모간체이스 등 루이싱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들도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2017년 5월 창업한 루이싱커피는 손실을 감수하면서 매장을 늘리고, ‘두 잔 사면 한 잔, 다섯 잔 사면 다섯 잔 공짜’ 식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외형을 키웠다. 지난해 5월에는 나스닥에 상장했고 연말에는 중국 내 매장 4910개로 스타벅스(4300개)를 앞질렀다. 루이싱의 파란 사슴 로고는 중국 젊은 직장인들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됐다. 2018년 순손실은 16억1900만위안(약 2800억원)에 달했다. 커피 한 잔을 팔 때마다 평균 18위안(약 3100원)씩 손실을 봤다. 지난해에도 외형 확대에 주력했기 때문에 손실 규모는 더욱 커졌을 것이란 예상이다.
루이싱 사건으로 중국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다시 커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중국 기업 전문 회계법인인 마컴번스타인&핀척의 드루 번스타인 이사는 “중국 기업에 대한 믿음이라는 오래된 문제가 또 한 번 불거졌다”며 “중국 기업들은 투자자의 신뢰에 대응하는 가치를 스스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