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 말고 밥 많이 먹어" 90대 확진자 배웅한 백발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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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송 노모 보려 대구 요양병원 앞에서 8시간 기다려
구급차 타는 동안 손 흔들며 응원…목소리 당당했지만 눈물 참아낸 눈은 충혈 "엄마. 막내 왔어. 밥 많이 먹어야 해. 기다릴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백발의 60대 아들은 구급차로 옮겨지는 90대 노모를 향해 큰 목소리로 인사와 당부를 쏟아냈다.
그토록 기다린 엄마에게 다가서지 못한 채, 연신 손을 흔들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 아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1일 오후 대구시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날 하루에만 확진자 11명이 추가로 발생한 이 병원에서는 지난달 16일 첫 확진 사례가 확인된 이후 총 12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따금 119구급차가 진입해 확진자를 1명씩 태워 떠났다.
병원 옆에 서 있던 A(64)씨는 구급차가 올 때마다 목을 빼고 병원 출입문을 응시하며, 어머니 B(97)씨를 기다렸다.
그는 전날 밤 B씨가 확진 판정을 받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다는 연락을 받고,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병원 앞을 지켰다.
B씨 이송이 언제 이뤄질지 몰라 새벽부터 병원에 나온 것이다.
그가 자리를 지킨 지 8시간이 지난 오후 2시 50분.
방호복 차림의 구급대원들이 환자 운송용 병상을 끌고 병원 출입문을 나오자마자 A씨는 "엄마! 엄마!"를 외쳤다.
B씨가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쳐다보면서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듯 하자 A씨는 "막내야 막내"라고 알렸다.
이어 걱정하지 말고 밥 많이 먹으라는 등의 당부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병상이 구급차에 실리기까지 채 30초가 안 되는 시간 동안 A씨는 4∼5m 떨어진 곳에서 B씨가 볼 수 있도록 한 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고, 다른 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B씨를 사진에 담았다.
다른 가족에게도 B씨의 모습을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병상에 누워 이동하는 중에도 B씨의 시선은 아들에게 고정돼 있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아들을 안심시키는 듯한 눈빛이었다.
B씨가 구급차에 옮겨타자 A씨는 서둘러 떠나려는 구급대원에게 "어느 병원으로 가느냐"고 물었고, "대구의료원"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구급차가 안 보일 때까지 멀어지고 나서야 A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향해 돌아섰다.
당당하고 큰 목소리로 노모에게 응원을 전한 A씨의 눈은 간신히 눈물을 억누른 듯 선글라스 너머로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5남매 중 막내라는 A씨는 "그동안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는데, 어제 확진 판정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면서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에 하나 병세가 악화해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엄마 임종도 지킬 수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거동이 불편해 2년 전부터 요양병원에 모셨지만, 워낙 강골이시고 정신과 기억력이 또렷하시며 아직 증세가 없어 어제까지 식사도 잘하셨다고 한다"면서 "엄마에게 약속한 대로 아무 일 없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미소를 지은 채 자리를 떴다.
/연합뉴스
구급차 타는 동안 손 흔들며 응원…목소리 당당했지만 눈물 참아낸 눈은 충혈 "엄마. 막내 왔어. 밥 많이 먹어야 해. 기다릴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백발의 60대 아들은 구급차로 옮겨지는 90대 노모를 향해 큰 목소리로 인사와 당부를 쏟아냈다.
그토록 기다린 엄마에게 다가서지 못한 채, 연신 손을 흔들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 아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1일 오후 대구시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날 하루에만 확진자 11명이 추가로 발생한 이 병원에서는 지난달 16일 첫 확진 사례가 확인된 이후 총 12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따금 119구급차가 진입해 확진자를 1명씩 태워 떠났다.
병원 옆에 서 있던 A(64)씨는 구급차가 올 때마다 목을 빼고 병원 출입문을 응시하며, 어머니 B(97)씨를 기다렸다.
그는 전날 밤 B씨가 확진 판정을 받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다는 연락을 받고,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병원 앞을 지켰다.
B씨 이송이 언제 이뤄질지 몰라 새벽부터 병원에 나온 것이다.
그가 자리를 지킨 지 8시간이 지난 오후 2시 50분.
방호복 차림의 구급대원들이 환자 운송용 병상을 끌고 병원 출입문을 나오자마자 A씨는 "엄마! 엄마!"를 외쳤다.
B씨가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쳐다보면서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듯 하자 A씨는 "막내야 막내"라고 알렸다.
이어 걱정하지 말고 밥 많이 먹으라는 등의 당부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병상이 구급차에 실리기까지 채 30초가 안 되는 시간 동안 A씨는 4∼5m 떨어진 곳에서 B씨가 볼 수 있도록 한 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고, 다른 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B씨를 사진에 담았다.
다른 가족에게도 B씨의 모습을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병상에 누워 이동하는 중에도 B씨의 시선은 아들에게 고정돼 있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아들을 안심시키는 듯한 눈빛이었다.
B씨가 구급차에 옮겨타자 A씨는 서둘러 떠나려는 구급대원에게 "어느 병원으로 가느냐"고 물었고, "대구의료원"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구급차가 안 보일 때까지 멀어지고 나서야 A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향해 돌아섰다.
당당하고 큰 목소리로 노모에게 응원을 전한 A씨의 눈은 간신히 눈물을 억누른 듯 선글라스 너머로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5남매 중 막내라는 A씨는 "그동안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는데, 어제 확진 판정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면서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에 하나 병세가 악화해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엄마 임종도 지킬 수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거동이 불편해 2년 전부터 요양병원에 모셨지만, 워낙 강골이시고 정신과 기억력이 또렷하시며 아직 증세가 없어 어제까지 식사도 잘하셨다고 한다"면서 "엄마에게 약속한 대로 아무 일 없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미소를 지은 채 자리를 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