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분짜리 TV토막극으로 사회현상 풍자하며 주민 교양
엄숙한 북한 방송에도 시트콤 있을까…비슷한 건 '있다'
살아있는 캐릭터, 치고 빠지는 재미, 현실의 실시간 풍자와 부담 없이 짧은 분량까지.
시트콤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순풍 산부인과'(1998∼2000)와 '지붕뚫고 하이킥'(2009∼2010)이 종영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온라인에서 회자하는 이유일 것이다.

엄숙한 북한 TV에도 이런 재기발랄한 방송예술 장르가 존재할까.

정답은 "똑같은 건 없어도, 얼추 비슷한 건 있다"이다.

북한에서는 5∼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해학적인 웃음과 비판으로 생활의 토막토막들을 진실하게 반영하는 장르를 '텔레비죤 토막극'이라고 부른다.

사회생활 이모저모에서 나타나는 교훈적인 이야깃거리들을 화면에 담은 가장 짧은 형식의 방송예술이다.

물론 오락적 목적으로 제작하는 건 아니다.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문학신문은 1일 게재한 '텔레비죤토막극과 우리생활' 기사에서 토막극 창작 목적을 "생활 속에 잠재해 있는 낡은 사상잔재와 관점, 그릇된 일본새(일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대중을 교양하며 궁극에는 그들을 당 정책 관철에로 힘있게 불러일으키자는데 있다"고 설명한다.

신문은 "한마디로 대중을 당 정책으로 교양하는 데서 매우 기동성 있고 실용적인 단편화된 예술 형태"라고 평가하는데, 예술이 정치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인식이 잘 드러난다.

북한에서 인기를 끈 대표적인 TV 토막극으로는 '명심합시다', '다리우에서' 등이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인상 깊은 생일식사', '무엇을 버렸는가', '딱 한 번만', '관람권 소동', '몰라서가 아니다' 등이 연달아 창작됐다.

주제는 나름 다양하다.

남한의 시트콤,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정치적 풍자는 없지만, 주민들의 일상과 직장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다룬다.

평소 노동신문, 민주조선 등 공식 관영매체를 통해 시시때때로 문제점을 공개 비판하지만, 보다 세밀한 문제는 이렇게 '보는 재미'가 있는 형식으로 다뤄 각성시키는 것이다.

가령 당국의 '자력갱생' 요구를 반영해 '남을 바라보며 의존하는 현상, 하루살이식, 땜때기식, 야장쟁이식, 토목공사식 일본새, 자재와 로력(인력) 낭비, 전기와 물낭비 현상'이 토막극의 소재다.

아울러 '반사회주의적이며 비사회주의적 현상들, 비문화적이고 비도덕적인 현상들, 언어와 전화 예절, 식사예절' 등도 다뤄 "혁명적이며 문화적인 도덕생활 기풍을 확립"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 북한 주민들은 이런 TV 토막극을 영화열람기 '생활의 벗'으로 내려받아 시청할 수 있다고 한다.

평양영화기술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에 따르면 주민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 예술영화, TV극, 만화영화, 과학영화를 지능형손전화기(스마트폰), 판형컴퓨터(태블릿PC)에 저장해 시청하고 있다.

엄숙한 북한 방송에도 시트콤 있을까…비슷한 건 '있다'
엄숙한 북한 방송에도 시트콤 있을까…비슷한 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