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부진에 시달렸던 국내 공모펀드 시장에 올 들어 조금씩 볕이 들고 있다. 지난해 시장을 뒤흔들었던 파생결합증권(DLS) 대규모 손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가 좀처럼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공모펀드 시장이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모펀드에 몰리는 돈…주식형은 부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전체 공모펀드 설정액은 270조1735억원으로 전년(237조6800억원)보다 13.7% 늘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증가율(6.0%)보다 높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초단기로 자금을 굴릴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MMF 설정액은 117조원으로 올 들어 두 달간 43조4500억원이 몰렸다. 전체 공모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8%로 1위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규제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증시 불안 등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중 2위(24.0%)인 주식형 펀드에서는 액티브 펀드와 인덱스 펀드 모두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64조8000억원으로 2월 한 달간 설정액이 4조4000억원 줄었다.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도 코로나19 여파로 1조2000억원 순유출됐다. 다만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NH아문디필승코리아’ 펀드 등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에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중위험·중수익 EMP·인컴형 ‘인기’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예금 금리에다 플러스 알파(+α)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 상품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도 인기다. EMP 펀드는 다양한 ETF에 투자함으로써 분산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월 말 기준 EMP 펀드 설정액은 5489억원으로 전년(2822억원) 대비 두 배 늘었다. 문영식 NH아문디자산운용 마케팅총괄 전무는 “분산투자를 통해 연 4~5%가량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자 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이자·배당 등을 꼬박꼬박 얻을 수 있는 인컴형 상품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만 60세 정년연장 등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퇴직연금 관련 상품도 연초 이후 설정액 증가율이 4.9%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발전과 모바일 뱅킹의 보편화 등으로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펀드도 늘고 있다. NH아문디운용이 판매 중인 공모펀드 가운데 온라인 펀드 비중은 2016년 말 1.8%에서 지난해 4.8%까지 늘었다. 전체 온라인 펀드 시장도 2016년부터 3년간 연평균 43.0%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운용업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모펀드 활성화 대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문 전무는 “공모펀드는 사모펀드에 비해 까다로운 위험관리와 준법감시 체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신뢰성이 높다”며 “시중 자금을 건전한 투자로 유도하려면 세제 혜택과 장기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 공모펀드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