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 거부하거나 자가격리 불응하면 감염병예방법 위반 처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외출하거나 심지어는 버젓이 직장에 출근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확산한 배경에는 방역당국의 지침을 어긴 일부 환자들의 그릇된 행동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해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도 이를 지키지 않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는 이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
대구에 사는 70대 여성 A 씨는 코로나19 '슈퍼 전파자'로 의심받는 31번 환자와 같은 날인 지난 16일에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를 봤다.
닷새 뒤인 지난 21일 방역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A씨는 이를 무시하고 바로 다음 날 고속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도에 사는 딸의 집에 방문했다.
A 씨는 지난 25일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판정을 받았다.
대구의 구청 공무원 B 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 중이던 지난 25일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한 사실이 밝혀졌고, 개인병원에 다니는 간호사 C 씨는 지난 19일 자가격리 통보에도 이를 숨긴 채 출근하다가 지난 23일 최종 양성 판정을 받는 일도 있었다.
방역당국의 지침을 무시하고 외출한 사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된 대구만의 일이 아니다.
광주에서는 신천지 교인 D(31) 씨가 자택을 이탈해 택시를 타고 이동한 일이 있었다.
그는 문제가 된 지난 16일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해 내달 1일까지 자가격리 조처된 상태였다.
자가격리 지침을 지키지 않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난 것은 이번 사태 초기, 우리 모두의 눈으로 확인한 바 있다.
코로나19 15번 환자인 E(43) 씨는 확진 판정 전인 지난 1일 자가격리 중 처제와 식사를 했는데, 나흘 뒤 처제는 확진 판정을 받아 20번 환자가 됐다.
당시 지침 미준수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일었으나, 이로부터 한 달째 비슷한 일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신천지 교인이라는 신분을 숨기거나, 반대로 신천지나 대구 방문 이력 등을 내세워 방역당국에 혼란을 주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온다.
코로나19 검사와 예방의 최일선에 있는 대구 서구보건소에서는 감염예방총괄 직원 F 씨가 지난 2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자가격리 통보 전까지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영덕의 공무원 G 씨는 군 자체 조사에서 신천지 교인이라고 응답하지 않다가 지난 28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에야 신천지 교인임을 스스로 통보했다.
G 씨의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경기 용인에서는 "대구 신천지 교회에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H(28) 씨가 구속됐다.
"유튜버를 따라 해봤다"고 진술한 그는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가 나날이 엄중해지는데도 비슷한 일이 잇따르자 수사당국은 관련 범죄에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역학조사를 거부·방해·회피하거나 거짓으로 진술 또는 자료 제출을 한 경우,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한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입원·치료와 자가격리 등 정부 당국 조치에 불응하면 같은 법률에 의해 3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집회 등에 대한 제한조치를 어긴 경우도 법정 형량이 같다.
경찰서 등에 감염사실을 허위로 신고해 출동하게 하면 형법상 위계공무집행방해 또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강영훈 김계연 김선형 김예나 손대성 천정인 최수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