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상 책무여서 타협 어려워"…내부서도 찬반 의견 분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씩 나오자 불교·천주교 등 주요 종교가 실내 행사를 전격 중단했음에도 적지 않은 개신교 교회는 주일 예배 고수 방침을 접지 않고 있다.
일상생활 중 비말(침)을 통해 전파되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려면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고 인파가 많은 실내 공간 방문을 피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조언에도 개신교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주일 예배 중단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8일 이례적으로 긴급 호소문을 통해 "당분간 종교집회를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주일 예배 중단을 망설이는 일부 대형교회를 향한 요청으로 해석됐다.
교회들이 주일 예배를 고수하는 이유로는 중앙집권적 조직을 갖춘 불교, 천주교와 달리 개별 교회 중심으로 종교 행사가 운영되는 점이 꼽힌다.
개신교에는 동일한 신학적 견해를 갖춘 교단이 존재하지만, 교단이 교회를 통제하기 쉽지 않은 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은 26일 "3월 1일과 8일 주일 예배를 다중의 회합을 피해 가정 예배나 온라인 예배로 드릴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으나, 강제성 있는 지시라기보다는 권고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계에서는 주일 예배가 교리에 있는 책무여서 중단하기 어렵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한국전쟁 중에도 멈추지 않았을 정도로 예배가 개신교 정체성, 역사성과 밀접히 연관된 행위라는 사실도 강조한다.
전호준 부천 열방교회 담임목사는 "구약 십계명에는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계명이 있고,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오심으로 지금의 주일 개념이 됐다"며 "구원받은 사람들은 믿음의 고백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예배를 드린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교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성도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교회는 주일 예배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주일 예배 중단은 사실 타협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회가 주일 예배 중단으로 헌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이미 교회 계좌로 헌금을 보내는 교인들이 있고,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예장 통합 소속인 영락교회는 26일 주일 예배 고수를 재확인하는 서신에서 "지금까지 교회가 예배를 중단한 경우는 없었다"며 "예배 중단은 교회의 첫째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번 중단된 예배는 쉽게 재개하기 힘들고, 기간이 너무 길어질 개연성이 있다"며 "예배가 오랫동안 중단되면 교회 공동체가 와해하거나 회복이 힘들 정도로 약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락교회는 29일 긴급히 입장을 바꿔 다음 달 1일 주일 예배를 온라인 생중계로 전환한다고 공지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명성교회와 소망교회를 비롯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 새문안교회, 금란교회, 오륜교회 등과 함께 주일 예배 중단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주일 예배 중단은 개신교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으로, 온라인 예배 전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김명실 영남신학대 교수는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종교 집회는 언제나 전염병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며 "박해 시에는 숨어서 가정이나 카타콤(지하묘지)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주일 예배까지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며 "구역장 지도 아래에 두세 가정이 함께 예배하면서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학서적 전문출판사인 새물결플러스 대표 김요한 목사는 "개신교에 대한 반감, 혐오감이 강한 상황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주일 예배 형태를 바꿔 사회 안녕과 질서 유지에 기여하고 개신교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에 흠집이 날 경우 교회의 미래는 더욱더 어렵기에 코로나19라는 위험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