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동풍 영향…2월 전년 대비 초미세먼지 농도·'나쁨' 일수↓
'코로나19 없었으면'…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 필요했던 날 감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마스크 없이 외출하기 힘들지만 대기 질 자체로만 보면 작년과 비교해 마스크가 필요 없는 날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오염도 홈페이지 '에어코리아'를 보면 2월 1∼28일(28일 오후 6시 기준) 서울의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8.5㎍/㎥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19.6% 감소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모두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년과 견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크게 개선된 곳은 광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38.6% 감소했다.

초미세먼지가 '나쁨' 이상(36㎍/㎥ 이상)을 기록한 날도 서울 기준으로 지난해 12일에서 8일로 줄었다.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년 동월 대비 일제히 감소한 것은 1월에 이어 2개월 연속이다.

올해 대기 질이 개선된 것은 기상 요건 덕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보통 겨울철 대기 흐름이 정체한 상황에서 북서쪽에서 차가운 고기압이 내려오면 이른바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의 약칭)에 있던 초미세먼지가 유입돼 국내 대기 질이 나빠진다.

그러나 올해에는 예년보다 약해진 고기압이 중국 쪽에서 우리나라를 가로질러 동진하거나 남쪽 저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자주 지나며 동풍이 들어왔다.

서쪽과 달리 우리나라 동쪽에는 오염원이 상대적으로 적게 분포한 탓에 동풍이 불면 대기 질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1∼2월 평균 풍속이 전년보다 증가해 대기 흐름이 원활해지고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아 대기오염물질을 씻어낸 영향도 더해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상 조건이 대체로 대기 질에 유리한 쪽으로 작용했다"며 "올겨울이 따뜻해 난방, 전력,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었고 작년 12월 도입한 계절 관리제도 나름의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중국의 공장 가동이 줄어 국외 미세먼지 유입도 줄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상관관계는 적다는 것이 환경 당국의 판단이다.

중국 국가 대기오염방지 연합 종합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8일까지 중국 춘제(春節·중국의 설)와 코로나19 때문에 차량 이동, 공사, 산업 활동이 위축돼 징진지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줄었다.

그러나 약한 풍속 등 기상 여건이 우리나라와 반대로 불리하게 작용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다.

실제로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달 중순까지 증가세를 보이며 200㎍/㎥ 안팎까지 치솟았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자체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많이 줄지 않았다"며 "3∼4월에는 이동성 고기압 때문에 대기 정체가 나타나 국내에서도 언제든지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