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범 "몸 풀 때부터 힘 빠지더라고요"…김동욱 "적응 안 되고 속상"
어색한 '첫 무관중 경기' 이상민 감독 "우리가 할 일에 최선을"
국가대표 소집으로 인한 휴식기 이후 보름 만에 열린 경기에서 연패에서 탈출한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이상민 감독은 '무관중 경기' 등 어수선한 상황에도 선수들에게 흔들림 없는 모습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를 마치고 "저도 선수들도 무관중 경기가 처음이라 마치 '시설 점검'을 하는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프로농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흘째 '무관중 경기'를 이어간 가운데 잠실실내체육관에서도 처음으로 팬들의 응원 없이 경기가 열렸다.

6강 진입 경쟁을 펼치는 현대모비스를 96-86으로 꺾고 연패에서 탈출한 삼성은 팬들의 환호성이 없는 코트에서 차분히 자축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자'고 했다"면서 "휴식기 이후 경기 감각이 저하되고 팬들도 없다 보니 잘 풀리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공격이 잘 이뤄졌다"고 결과에 흡족해했다.

막판 순위 경쟁의 시작을 기분 좋게 장식했지만, 무관중 경기가 기약 없이 이어지고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외국인 선수들의 '자진 퇴출'이 현실화한 점은 이 감독으로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날 심성의 닉 미네라스를 비롯한 양 팀 외국인 선수 4명은 정상적으로 출전해 경기를 소화했다.

어색한 '첫 무관중 경기' 이상민 감독 "우리가 할 일에 최선을"
이 감독은 "(kt에서 나간) 바이런 멀린스의 얘기를 듣고 외국인 선수들이 상황을 궁금해하기에 설명을 해줬다.

통역에게도 무조건 '괜찮다'고 하지 말고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리그 일정이 계속 이어지는 데 대해 이 감독은 "당연히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팬이 있고 없는 것엔 차이가 크다"면서도 "어떤 다른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현재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게도 본분에 충실하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드문 경험에 '어색함'을 떨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이날 개인 최다인 어시스트 16개를 작성하며 삼성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한 천기범은 "프로 선수이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지만, 처음 몸 풀 때부터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삼성의 베테랑 김동욱도 "어색하고 적응이 안 되더라"면서 "관중이 소리쳐주고 하는 것에 힘을 얻는데, 없으니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20점을 올린 삼성 이관희는 "1∼2주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 마스크 안 쓴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고 외국인 선수들도 두려워한다"면서 "팬이 없는 스포츠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걸 느끼게 된 경기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