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 과징금 소송서 패소 취지 파기환송…미래에셋대우 소송에 영향줄 듯
"인수인은 발행시장의 '문지기'"…투자자 보호책임 더 엄격히 규정
'2천억대 피해' 중국 고섬사태…대법 "증권사, 과징금 물어야"(종합)
투자자들에게 2천억원대 손실을 안겼던 2011년 '중국 고섬사태'와 관련해 상장 주관사였던 증권사에도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7일 한화투자증권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3년 12월 소송이 제기된 이후 6년 2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내놓은 결론이자, 증권신고서의 거짓 내용에 대해 주관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첫 판단이다.

대법원은 "주관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증권신고서 등의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한 것 등을 방지하지 못한 때에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중국 섬유업체 고섬은 2010년 12월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투자자를 속여 2천100억원 규모의 공모 자금을 부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섬은 심각한 현금 부족 상태였는데도 마치 1천억원 이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가진 것처럼 제출 서류에 기재했다.

2011년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던 고섬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2개월 만에 거래가 정지됐고, 2013년 10월 결국 상장폐지됐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날린 돈은 2천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와 한화투자증권에 역대 최대 금액인 20억원씩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제재를 마무리했다.

이에 한화투자증권 측은 "고섬의 상장 시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을 따랐을 뿐"이라며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모두 한화투자증권 손을 들어줬다.

상장을 주도하지 않았으니 과징금을 물리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고섬 증권의 총액인수를 위탁받는 주체는 대우증권일 뿐이고, 한화투자증권 등은 대우증권과 협의에 따라 이 사건 증권을 배정받는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또한 "증권 발행인이 증권신고서의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을 기재하거나 표시한 때에는 발행인이 과징금 부과대상이 될 뿐, 증권 인수인인 증권사가 이를 방지하지 못했더라도 과징금 부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장 주관사의 책임과 의무를 보다 엄격하게 규정했다.

투자자들이 인수 업무를 맡는 상장 주관사의 평판과 정보를 믿고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 의무 및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증권 발행사는 직접 공모보다는 인수인을 통해 간접공모를 하는 게 통상"이라며 "투자자들은 시장의 '문지기' 기능을 하는 인수인의 평판을 신뢰해 그로부터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자본시장법은 인수인이 증권신고서의 직접 작성 주체는 아님에도, 중요 사항을 거짓 기재하거나 누락을 방지하는데 적절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 등을 부과하고 있다"며 "원고가 실제로 주관사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결론 지었다.

이번 판결이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제기한 같은 내용의 과징금 취소 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래에셋대우도 금융당국이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소송을 냈고 1·2심에서 승소했다.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