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에 격리됐다가 조기 귀국한 대구 출신 한국민에 비난 쇄도

한국 드라마와 K팝에 대한 인기에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의 매직이 더해 베트남에서 뜨겁게 불었던 한류 열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싸늘해졌다.

일부 네티즌은 반한감정까지 쏟아내고 있어 현지 교민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구, 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주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됐다.

한국과 베트남의 인적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베트남으로 유입되는 게 아니냐는 현지인들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선 지난 23일 위기 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베트남에 나와 있는 한국인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국 교민이 다수 거주하는 아파트에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안내문이 베트남어, 영어와 함께 한국어로 붙기 시작했다.

또 하노이의 일부 아파트에서는 한국인에게 화물용 엘리베이터나 특정 엘리베이터만 이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베트남 식당을 찾았다가 현지 종업원들이 꺼리는 듯한 표정을 지어 밥 먹는 내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하는 교민들도 다수 있다.

"한국 사람인데 격리 안 해도 되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듣거나 택시 승차 거부를 당했다는 교민도 있다.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박항서 감독이 최근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입국했다는 뉴스에 "14일간 격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현지 네티즌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지난 24일 대구발 여객기를 타고 베트남 중부 유명 관광지 다낭으로 입국한 한국민 20명이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격리됐다가 이틀 만에 18명이 조기 귀국하는 일이 벌어진 후 현지인들의 반응은 훨씬 더 싸늘해졌다.

당시 베트남 당국이 한국 정부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격리한 것이어서 당사자들이 반발했고, 주다낭 한국총영사관도 항의했다.

대구발 한국민들은 병원 대신 호텔에 머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다낭시가 수소문한 호텔 2곳이 잇따라 거부하는 바람에 병원에 격리됐다.

격리된 사람 가운데 18명은 현지시간으로 25일 밤 인천행 여객기로 귀국했고, 나머지 2명은 14일간의 격리를 거쳐 베트남에 입국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 보도에서는 한국민에 대한 격리가 사전에 한국 정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빠지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에서 온 한국민들이 병원 격리를 거부했다고 나와 현지 네티즌들이 반발했다.

또한 한국민 가운데 1명이 언론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전통 빵인 '반미'를 아침 식사로 받은 것과 관련해 "아침에 빵조각 몇 개 주네요"라고 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베트남에 사과하라', '한국민 20명은 거짓말하지 말라'는 등의 해시태그(#)가 잇따랐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현지 한인회는 27일 "우리 20만 교민은 베트남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베트남에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해나가자"는 내용의 배너를 한글과 베트남어로 제작해 SNS를 통해 전파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윤상호 하노이한인회 회장은 "최근 분위기를 엄중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면서 "한류 확산으로 좋았던 한국과 베트남 간의 관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악화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한류, '코로나19' 사태로 싸늘…"한국인 꺼리는 분위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