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의 회동 제안에 대해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보수 통합이나 선거연대에 대해 "관심 없다"고 선을 그어온 것에서 미묘하게 달라진 입장이다.

안 대표는 26일 라디오에서 "정치권 누구라도 만나자고 요청하면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만나자는 이유는 자명하지 않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안 대표는 "그건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야권통합과 선거연대 논의 등을 위해 안 대표와 만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직접 접촉해보겠다. (안철수계에 대한) 공천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며 언급했다.

안 대표는 연대 가능성에 대해 "황교안 통합당 대표나 김 위원장이 연대를 생각하고 않고 있다고 이미 밝혔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저한테 물어보지 말고 이제 그쪽(통합당)에 물어보라"고 했다. 통합당이 전향적으로 통합이나 선거연대를 제안할 경우 논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이전까지 통합당과의 연대 논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셈이다.

안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장환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통합당 입당을 선언했다. 장 부위원장은 국민의당 시절 안철수 대선후보 선대위 전략본부장, 바른미래당에서는 지방선거기획단 부단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안철수계 의원이었던 김중로·이동섭 의원이 최근 통합당으로 이동한 데 이어 안철수계의 이탈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정치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이해한다"고 했다.

현재 국민의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역의원은 권은희·김수민·김삼화·신용현·이태규 의원 등 5명이다. 이중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의 통합당 합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안철수계 원외인사인 김철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 공보단장도 통합당 이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에서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독자노선을 고집해왔던 안 대표가 선거연대 등 현실적인 방법론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