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베트남도 한국발 항공편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다. 대구체온 측정 후 37.5도 이하인 경우에만 검역서류 작성 후 입국이 허용된다. 기준치를 넘어서면 2주간 격리 조치가 취해진다.

24일 뚜오이쩨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다낭 보건 당국은 전일 한국에서 베트남 다낭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승객(25세)이 발열·기침 등의 증상을 보여 즉시 다낭시 폐병원에 격리했다. 호찌민에 거주하는 베트남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는 전일 저녁 무렵부터 한국발 항공편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하노이, 호찌민시 등은 ‘감염 의심자 2주간 격리’ 등을 보건 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코참(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 소속의 한 기업인은 “23일 저녁에 인천~하노이 비행기로 베트남에 입국했다”며 “비행기에서 내릴 때 검역 서류를 받아서 검역 데스크 앞에서 작성 후 확인 도장을 받아야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코로나19 모범 방역국 부상
확진자만 아니라면 베트남 입국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확진 여부에 관계없이 한국발 탑승객을 무조건 2주간 격리조치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노이시는 대구 등 코로나19가 확산된 일부 도시에서 하노이로 오는 항공편 탑승객 전원을 2주간 격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보건 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현재까지 베트남에 격리된 한국인은 없다”며 “베트남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르 아잉 뚜엉 베트남 교통부 차관도 “지금까지 교통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베트남과 한국간 항공노선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한국과 달리 초기 방역에 성공한 덕분에 13일 이후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24일 기준으로 베트남 내 확진자는 16명(다낭 이송 환자 제외)이고, 이 중 15명이 완치됐다. 유증상 감염 의심자도 12명(22일 기준)에 불과하다. 격리 조치된 무증상 감염 의심자는 1538명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베트남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이 사태 확산을 막을 수 있던 건 대(對)중국 방어망을 일찌감치 실시한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트남 정부는 이달 1일 중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모든 비행기의 운항을 중단시켰다. 철도 운송도 중단됐다. 중국과의 국경 무역도 중단됐다가 6일부터 철저한 검역 하에 일부 재개됐다. 내부 통제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빈푹성의 손로이라는 인구 1만명 가량의 마을에서 확진자 6명이 나오자 발빠르게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했다.

베트남은 전염병 방역에 관해 나름의 노하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스(SARS)를 처음 세상에 알린 주역도 베트남이다. 2003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의 프랑스병원에서 일하던 WHO 소속의 감염병 전문의 카를로 우르바니 박사가 비정형성 폐렴 사례를 발견하고 즉각 보고함으로써 사태 확산을 막았다. 박기동 WHO 베트남사무소장은 “에볼라, 사스, 신종 플루 등 전세계적인 전염병이 발생하면서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 전염병 방지를 위한 의료 장비와 시설 지원이 상당히 많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가족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 사회의 특성도 방역에 큰 몫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내가 감염되면 가족 전체가 감염된다’는 의식이 강해 자발적인 방역이 실시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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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박동휘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