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국 수출 비중 50%…휴대폰용 수요 둔화 우려
내수까지 '영향권'…"휘발유·경유·항공유 소비 위축"
국내 사업장도 '셧다운 비상'…일시 폐쇄·재택근무·이동 최소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반도체 등 전자 업계와 석유화학 업계도 결국 수출과 내수 '복합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국내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대구·경북 등 주요 지역을 비롯한 기업들의 전국 사업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23일 생산 차질, 매출 감소, 사업장 폐쇄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 조치에 나서는 한편, 언제 발생할지 모를 긴급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 중국 수출 비중 반도체 53%·석유 16%…"수요 둔화 우려"
한국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석유화학 업계는 중국 중심의 수요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메모리 반도체(HS코드 854232)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한다.

주요 반도체 기업의 중국 매출 비중(2019년 3분기 기준)을 보면 삼성전자는 16%, SK하이닉스는 49% 수준이다.

[코로나 경제현장]① 전자·석유업계 복합 타격…사업장도 '비상'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이미혜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휴대전화 세계 최대 시장이자 생산기지"라며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 둔화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 위축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하고, 휴대전화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중국공장 조업일수 단축으로 생산량 또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가장 큰 반도체 고객사 중 하나인 데이터센터는 미국기업 중심이어서 관련 수요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관련 제품(HS코드 2710) 또한 지난 1월 기준 중국 수출 비중이 16%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석유시장보고서를 통해 올 1분기 석유 수요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 수요는 사스 당시보다 2배 이상 늘어 전 세계 수요의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작년 석유 수요 증가분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으로 수출하던 물량을 다른 국가로 돌린다고 해도 해당 지역 공급과잉으로 마진이 낮아져 수출 실적은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한화투자증권 박영훈 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해소되더라도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석유제품 재고가 많아 소진하는데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 교통량 급감에 가전 매장 '썰렁'…내수도 타격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내수 시장에도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육로도, 항로도 교통량이 급감하며 석유제품 수요에도 조만간 타격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3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경보 발령 당시를 봐도 휘발유, 경유, 항공유 소비량은 각각 20%, 8%, 24%씩 급감했다.

[코로나 경제현장]① 전자·석유업계 복합 타격…사업장도 '비상'
지난 1월까지는 수치를 통해 내수 위축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내달 발표되는 2월 통계를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 1분기 실적 또한 하향 조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증권가는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한 달 전보다 81%, SK이노베이션은 69% 낮춰잡았다.

가전 업계는 성수기인 1분기에 실적 호전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로 내수 판매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이달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해 오프라인 매장들이 일시 휴업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매장 방문객이 줄면서 매출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냉장고나 TV 등 크기가 큰 가전제품은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서 체험해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장 접근이 차단됨에 따라 1분기 내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 확진자 발생에 사업장 셧다운 현실화…전 기업 '비상 모드'
기업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사업장을 '셧다운'하는 일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아직 실제 생산·공급 차질 피해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으나, 유사한 사례가 확대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산업계 전반의 우려감이 커진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직원이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전 사업장이 일시 폐쇄됐다.

삼성전자는 확진자 확인 즉시 접촉한 동료들을 자가격리 조치하고, 사업장 전 직원을 조기 귀가시켜 사업장을 비운 뒤 정밀 방역을 실시했다.

구미사업장은 방역을 거쳐 24일 오후부터 재가동할 예정이다.

[코로나 경제현장]① 전자·석유업계 복합 타격…사업장도 '비상'
GS칼텍스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대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대전 기술연구소를 21일부터 주말까지 일시 폐쇄했다.

연구소의 한 직원이 대구에서 발생한 확진자의 가족(감염 의심자)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다.

해당 직원은 재택 근무로 격리하고, 21일부터 연구소를 닫고 전체 방역을 실시했다.

기업들은 사업장 폐쇄까지는 하지 않기 위해 일제히 '비상모드'를 가동하며 감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확진자가 나오면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사업장들이 뚫리면 생산·공급에 줄줄이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각종 비상조치들로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대구·경북 지역 등 국내외 출장 자제, 다중 집결 행사 취소 등 예방 조치를 취했다.

대구, 청도와 가까운 경북 구미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LG 계열사들은 21일부터 대구·청도 거주자와 방문자에 대해 사업장 출입을 금지했다.

LG 계열사들은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구미공장 직원 중 대구 지역 확진자와 같은 장소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공가를 내도록 했다.

앞서 SK하이닉스에서는 대구 확진자와 접촉한 신입사원이 나와 20일 이천캠퍼스 임직원 800여명을 자가격리 조치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