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구에서는 하루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80명 나왔다. 이날 발생한 전체 확진자의 80%다. 최근 나흘간 확진자 수가 126명으로 급증하자 방역체계가 무너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이날 시민 이동 자제를 요청하고, 전체 어린이집 휴원도 권고했다. 군 병원과 의료인력 지원도 중앙 정부에 요청했다.

대구시와 의료계에 따르면 입원환자 및 의료인력(간호사)에게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5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4개 대학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경북대병원 본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구병원, W병원, 삼일병원 등이 응급실을 폐쇄했다. 대구권 응급의료센터인 계명대와 영남대도 1~2일씩 문을 닫았다. 코로나19의 병원 내 전파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였지만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응급의료체계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 병원은 물론이고 중소병원까지 응급실 폐쇄를 반복하자 대구 시민들은 “단순 교통사고와 맹장염에 걸려도 당장 찾아갈 병원이 없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환자와 접촉한 의료인이 늘면서 격리 인원도 급증하고 있다. 대구지역 병원 가운데 격리 조치된 의료 인력만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의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의료인의 감염 차단”이라며 “의료진과 병원의 방역체계를 지켜야 코로나19 난국을 헤쳐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이날 2·28 민주운동 기념식, 3·1절 기념행사, K팝 슈퍼콘서트,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등 3월까지 계획한 모든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했다.

경북 지역도 심각하다. 확진자 16명이 나온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은 추가 감염 예방을 위해 일시 폐쇄했다. 병원 환자와 의료진 등 직원 전원을 검사하고 있어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대남병원은 폐쇄 상태로 의료진 중 음성으로 판정난 이들도 자가격리 등을 하지 않고 병원에서 사고수습대책본부와 함께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확진자를 수용할 음압병상이 부족해 환자를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날 청도 대남병원에 있던 확진자를 대구 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음압병상이 있는 병원을 구하지 못해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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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