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충돌하는 세계·벽이 만든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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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쏙 세계사
▲ 충돌하는 세계 = 아서 밀러 지음, 구계원 옮김.
과학과 기술, 예술을 결합해 창작으로 연결하는 예술가들과 이들의 작품 이야기다.
때로는 아름답기도 하고 때로는 충격적이며 때로는 파괴적이고 때로는 완전히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흥미롭고, 참신하며 한계를 넘어서는 세계를 다룬다.
과학적 사고가 예술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떠올릴 수 있다.
더 가깝게는 수학과 사차원 기하학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미술에 도입해 '큐비즘'을 개척한 피카소를 들 수 있겠지만, 책은 1966년 미국 뉴욕의 동굴 같은 주방위군 본부 건물에서 열린 '아홉 개의 밤: 연극과 공학' 전시 행사가 신기원이 됐다고 말한다.
뉴욕 시내와 전시회장 곳곳에서 전화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무작위 수집한 소리의 콜라주인 존 케이지의 '4분 33초', 라켓에 전선을 연결해 소리를 전송하도록 구성하고는 라켓으로 공을 칠 때마다 '펑'하는 커다란 소기가 건물에 울려 퍼지면서 48개 조명이 하나씩 꺼지고 마침내는 칠흑 같은 어둠이 연출되는 로버트 라우션버그의 '오픈 스코어' 등이 선을 보였다.
9일의 전시 기간 내내 기술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일부 악평이 없지 않았지만, 이 행사는 뉴욕타임스 기자가 예견한 대로 뉴욕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되고 만다.
MIT 박사 출신으로 과학사 및 과학철학 교수를 지냈고 그 자신이 전위 예술가이기도 한 저자는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활동하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만나 그들의 예술관과 작품 세계에 대해 직접 인터뷰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그린 그림과 작곡한 음악, 유전자를 조작해 형광으로 살아 있는 토끼, 앉으면 온몸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의자, 원자력 현미경을 통해 촬영한 나노 단위 수준의 산맥 이미지, 빅데이터를 시각화해 미학적으로 만든 영상 등 그가 소개하는 예술 범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이 같은 형태의 예술을 예술과 과학의 합성어인 '아트사이(artsci)'라고 잠정적으로 부르겠다면서 "미래에는 이러한 작품들이 아무런 수식 없이 그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썼다.
문학동네. 544쪽. 2만2천원. ▲ 벽이 만든 세계사 = 함규진 지음.
만리장성, 하드리아누스 장벽에서 파리 코뮌의 벽, 베를린 장벽, DMZ, 사이버 장벽에 이르기까지 12개 '벽' 이야기로 세계사를 풀어낸다.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벽을 세워 왔던 인류는 줄기차게 벽을 쌓고 또 무너뜨리면서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왔다.
파리 코뮌 투쟁을 통해 벽은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동로마 천년 제국의 신화를 지키던 위대한 방패이자 시민들의 위대한 희생과 저항의 버팀목이었다.
벽은 또 '너'와 '나',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가장 확실하고 폭력적인 조치로 자리 잡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들은 게토에 갇혀 근근이 목숨을 이어 나갔고 그중 다수는 홀로코스트 열차에 올라타야 했다.
그러던 유대인이 세운 이스라엘은 21세기 들어 자신들이 몰아낸 팔레스타인인들을 분리 장벽 속에 가두고 만다.
벽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두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뚜렷한 심리적 장막, 나아가 상흔을 만들어낸다.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누어 버린 군사분계선이 끼치는 냉전 문화의 보이지 않는 피해가 대표적인 예다.
벽은 우리를 영원히 이분법의 속박에 갇히게 할 수도 있지만 이런 벽의 역사를 돌아봄으로써 역사적 상황에서 널리 통용돼 오던 이분법을 넘어 그것을 뛰어넘는 또 다른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을유문화사. 308쪽. 1만5천원. ▲ 그림 쏙 세계사 = 릴리스 지음.
미술 작품을 중심으로 쉽게 풀어쓴 세계사다.
인류의 탄생부터 베를린 장벽의 해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37개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
각 장은 해당 주제와 부합하는 미술 작품과 그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기원전 2만년 무렵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석제 여성상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미케네 문명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아가멤논의 황금가면', 헬레니즘의 대표 유물 '간다라 불상',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작 '천지창조' 등이다.
인물화로는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 '칭기즈칸',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 '루이 14세', '알프스산을 넘는 나폴레옹' 등이, 건물로는 페르시아의 '만국의 문', 로마 '콜로세움', 이스탄불 '블루 모스크' 등이, 역사적 사건을 그린 그림으로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꿈', '바스티유 감옥의 함락', '1889년 만국박람회장 입구', '사라예보 암살사건' 등이 등장한다.
각 장의 본문에도 회화, 조각, 사진, 지도, 도표, 연대표 등 300여 점의 이미지를 사용해 역사적 사건들과 세계사의 큰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돕는다.
지식서재. 592면. 2만1천원. /연합뉴스
▲ 충돌하는 세계 = 아서 밀러 지음, 구계원 옮김.
과학과 기술, 예술을 결합해 창작으로 연결하는 예술가들과 이들의 작품 이야기다.
때로는 아름답기도 하고 때로는 충격적이며 때로는 파괴적이고 때로는 완전히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흥미롭고, 참신하며 한계를 넘어서는 세계를 다룬다.
과학적 사고가 예술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떠올릴 수 있다.
더 가깝게는 수학과 사차원 기하학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미술에 도입해 '큐비즘'을 개척한 피카소를 들 수 있겠지만, 책은 1966년 미국 뉴욕의 동굴 같은 주방위군 본부 건물에서 열린 '아홉 개의 밤: 연극과 공학' 전시 행사가 신기원이 됐다고 말한다.
뉴욕 시내와 전시회장 곳곳에서 전화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무작위 수집한 소리의 콜라주인 존 케이지의 '4분 33초', 라켓에 전선을 연결해 소리를 전송하도록 구성하고는 라켓으로 공을 칠 때마다 '펑'하는 커다란 소기가 건물에 울려 퍼지면서 48개 조명이 하나씩 꺼지고 마침내는 칠흑 같은 어둠이 연출되는 로버트 라우션버그의 '오픈 스코어' 등이 선을 보였다.
9일의 전시 기간 내내 기술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일부 악평이 없지 않았지만, 이 행사는 뉴욕타임스 기자가 예견한 대로 뉴욕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되고 만다.
MIT 박사 출신으로 과학사 및 과학철학 교수를 지냈고 그 자신이 전위 예술가이기도 한 저자는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활동하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만나 그들의 예술관과 작품 세계에 대해 직접 인터뷰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그린 그림과 작곡한 음악, 유전자를 조작해 형광으로 살아 있는 토끼, 앉으면 온몸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의자, 원자력 현미경을 통해 촬영한 나노 단위 수준의 산맥 이미지, 빅데이터를 시각화해 미학적으로 만든 영상 등 그가 소개하는 예술 범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이 같은 형태의 예술을 예술과 과학의 합성어인 '아트사이(artsci)'라고 잠정적으로 부르겠다면서 "미래에는 이러한 작품들이 아무런 수식 없이 그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썼다.
문학동네. 544쪽. 2만2천원. ▲ 벽이 만든 세계사 = 함규진 지음.
만리장성, 하드리아누스 장벽에서 파리 코뮌의 벽, 베를린 장벽, DMZ, 사이버 장벽에 이르기까지 12개 '벽' 이야기로 세계사를 풀어낸다.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벽을 세워 왔던 인류는 줄기차게 벽을 쌓고 또 무너뜨리면서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왔다.
파리 코뮌 투쟁을 통해 벽은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동로마 천년 제국의 신화를 지키던 위대한 방패이자 시민들의 위대한 희생과 저항의 버팀목이었다.
벽은 또 '너'와 '나',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가장 확실하고 폭력적인 조치로 자리 잡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들은 게토에 갇혀 근근이 목숨을 이어 나갔고 그중 다수는 홀로코스트 열차에 올라타야 했다.
그러던 유대인이 세운 이스라엘은 21세기 들어 자신들이 몰아낸 팔레스타인인들을 분리 장벽 속에 가두고 만다.
벽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두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뚜렷한 심리적 장막, 나아가 상흔을 만들어낸다.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누어 버린 군사분계선이 끼치는 냉전 문화의 보이지 않는 피해가 대표적인 예다.
벽은 우리를 영원히 이분법의 속박에 갇히게 할 수도 있지만 이런 벽의 역사를 돌아봄으로써 역사적 상황에서 널리 통용돼 오던 이분법을 넘어 그것을 뛰어넘는 또 다른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을유문화사. 308쪽. 1만5천원. ▲ 그림 쏙 세계사 = 릴리스 지음.
미술 작품을 중심으로 쉽게 풀어쓴 세계사다.
인류의 탄생부터 베를린 장벽의 해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37개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
각 장은 해당 주제와 부합하는 미술 작품과 그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기원전 2만년 무렵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석제 여성상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미케네 문명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아가멤논의 황금가면', 헬레니즘의 대표 유물 '간다라 불상',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작 '천지창조' 등이다.
인물화로는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 '칭기즈칸',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 '루이 14세', '알프스산을 넘는 나폴레옹' 등이, 건물로는 페르시아의 '만국의 문', 로마 '콜로세움', 이스탄불 '블루 모스크' 등이, 역사적 사건을 그린 그림으로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꿈', '바스티유 감옥의 함락', '1889년 만국박람회장 입구', '사라예보 암살사건' 등이 등장한다.
각 장의 본문에도 회화, 조각, 사진, 지도, 도표, 연대표 등 300여 점의 이미지를 사용해 역사적 사건들과 세계사의 큰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돕는다.
지식서재. 592면. 2만1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