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이 안 5만여개 후각세포 활용…미 해군 연구비 지원
메뚜기의 예민한 후각을 이용해 폭발물을 탐지하는 연구가 진행돼 관심을 받고 있다.

과학전문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의용생체공학과의 바라니다란 라만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 새 메뚜기'로 알려진 '스키스토케르카 아메리카나'(Schistocerca americana)를 대상으로 폭발물 탐지 실험을 진행했다.

메뚜기가 양쪽 더듬이 안에 가진 약 5만개의 후각 신경세포를 활용한 '사이보그 곤충'을 만들어낸 것이다.

연구팀은 우선 메뚜기가 공기 중에서 냄새를 맡았을 때 전기신호를 보내는 대뇌 신경망인 '더듬이엽'(antennal lobe)에 전극을 설치해 냄새에 따른 전기신호를 분석했다.

트리니트로톨루엔(TNT)과 2,4-디니트로톨루엔(DNT)를 비롯한 5종류의 폭약과 향료로 쓰이는 벤즈알데히드를 포함한 비폭발물의 냄새를 더듬이 주변에 흘려준 뒤 각각의 전기신호를 비교해 차이를 찾아냈다.

그 결과 개별 메뚜기가 폭발물 냄새에 반응한 것은 60% 였으며, 총 7마리가 집단으로 참여한 실험에서는 평균 80%에 달했다.

메뚜기가 폭약 냄새를 맡고 뇌에 독특한 전기신호를 보내는 데는 500밀리초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이런 전기신호를 기록하고 실시간으로 컴퓨터로 무선 전송할 수 있는 작은 장치도 개발해 메뚜기의 등에 달았다.

메뚜기는 예민한 후각 이외에 대뇌의 전극이나 무거운 장치를 견딜 만큼 강한 점이 고려돼 실험대상이 됐다.

하지만 더듬이엽에 전극을 심고 등에 장치를 단 뒤에는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바퀴가 달린 원격조종 판에 실려 장소를 옮겨가며 폭발물 탐지 능력이 있는지를 실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험대상 메뚜기들은 더듬이엽에 전극을 설치한 뒤 7시간까지 폭발물 탐지 능력을 보이다가 그 이후에는 기력을 잃고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메뚜기들이 "탄광의 카나리아"와 유사한 개념으로, 위험 물질을 짚어낼 수 있는 전자감지기를 이용한 것이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메뚜기가 여러가지 냄새가 섞여있을 때도 폭발물 탐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실험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라만 부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6년부터 미국 해군연구소로부터 75만 달러(약 9억원)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이 실험을 해왔다.

폭발물 탐지 능력을 보인 이 메뚜기들은 미국 안보에 직접 이용되거나 폭발물 탐지 인공센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관련 논문을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