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달] '현대판 호환마마'에 학교 못가고 학사모도 못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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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600여개교 휴업…봄방학 시작되지만 학원은 방역관리 사각지대
중국인 유학생 5만여명 본격 입국 시작…2주 자율격리 관리·감독 관건
학부모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자녀의 목숨을 위협하는 '호환마마'(虎患媽媽)나 다름없다.
지난 한 달 동안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중에 아동·청소년은 없었지만, 고조된 불안감에 초·중·고는 문을 닫고 대학은 개강을 연기하는 등 학사일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 유치원·초중고 하루 최대 647곳 문 닫아…4년제 대학 89% 개강 연기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교육부는 이달 2일 '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의 학교는 휴업 등 학사일정 조정을 해도 된다'고 안내했다.
수원·부천 등 당시 확진자가 나왔던 지역에서 이튿날 곧바로 일부 학교에 휴업 명령을 내렸다.
휴업 학교 수는 3일 336곳, 4∼5일 372곳, 6일 592곳, 7일 647곳으로 휴업 허용 첫 주 사이에 2배로 늘어났다.
이 주에 광주·서울 등에서 확진자 9명(16∼24번 확진자)이 추가로 발생한 영향이었다.
14일 기준으로는 휴업한 학교가 268곳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전체 학교 2만522곳 중에 67.8%가 봄방학을 시작했고, 정상 수업 중인 학교는 30.1%만 남았다.
초·중·고교보다 더 큰 불똥이 발등에 떨어진 곳은 대학교였다.
7만여명에 달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대거 입국한다는 우려가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 5일 전국 대학에 개강을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193곳 가운데 172곳(89.1%)이 현재까지 개강 연기를 발표했다.
151곳(78.2%)이 2주, 21곳(10.9%)이 1주 연기했다.
대학 졸업식·입학식도 집단행사인 만큼 가급적 연기하거나 취소하라는 권고가 내려지면서 대다수 대학이 졸업식·입학식까지 취소하거나 연기·축소했다.
◇ 봄방학에 학생들 학원가에 몰리지만…법 미비로 학원은 휴원 명령 불가능
코로나19 우려 속에 겨우 학사일정을 마친 초·중·고는 이번 주부터 대부분 봄방학에 들어간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주로 학원가에 머무는 2주 동안의 봄방학이 가장 불안한 시기라는 말이 나온다.
학원은 학교와 달리 당국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가, 하루에도 여러 학원을 옮겨 다니면서 대중교통까지 이용해야 한다.
학부모 박모(46)씨는 "학교처럼 담임이나 보건교사가 있는 게 아니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면서 "차라리 휴원하면 속이 편할 텐데 내 아이만 결석시키자니 진도 뒤처지는 것도 걱정이고, 아이도 친구들 보러 가고 싶어한다"고 푸념했다.
현행법상 교육 당국이 감염병 예방을 이유로 학원에 휴원을 명령할 법적 근거는 없다.
서울의 한 구에서 감염병 확진자가 나와서 해당 지역 학교에 휴업 명령이 내려져도 학원에는 휴원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초에 양천구의 한 학부모가 코로나19 능동감시대상자가 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그의 자녀가 다닌 목동 학원 6곳에 휴원을 권고했으나, 그중 2곳은 휴원하지 않았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교육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직후에 감염병 종합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원에 휴원을 명령할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고 스스로 진단한 바 있다"면서 "학생 건강권 보호를 위해 학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중국인유학생 5만명 추가 입국 예정…'자율격리' 실효성 물음표
인근에 대학교가 있는 지역의 학부모들은 봄방학 기간에 중국인 유학생 '입국 러쉬'가 시작되는 것도 걱정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앞으로 대학 개강 전까지 4만∼5만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중국에서 입국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특별입국절차를 거쳐 공항에서 나온 중국인 학생들은 무증상자로 봐야 하므로 중국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심환자로 간주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중국에서 입국한 학생들이 입국 후 2주 동안 기숙사나 자취방에서 '자율격리'를 해야 하는데 이를 당국이 제대로 관리·감독할 방법이 없다는 데에 있다.
경희대·한국외대가 있는 회기역 인근에 사는 이모(37)씨는 "동네에 중국인 유학생이 평소처럼 정말 많다"면서 "물론 무증상자일 테고, 이번 방학 때 중국을 갔다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발짝 물러서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중국인 유학생들 스스로 한국에 거주하는 '시민'으로서 시민 의식을 갖고 격리 지침을 지키도록 만드는 것이 대학가 방역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자율격리 기간만 외출을 삼가달라는 내용과 감염병 예방수칙을 중국어 자료로 만들어서 나눠줄 예정"이라면서 "학생들을 잘 포용해서 '공동체 의식'을 만드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학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 수백∼수천명을 대학 교직원들이 수시로 전화 돌리면서 관리하라는 식인데, 교육부·교육청 공무원 인력이라도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이럴 때만 '대학 자율'을 내세운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중국인 유학생 5만여명 본격 입국 시작…2주 자율격리 관리·감독 관건
학부모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자녀의 목숨을 위협하는 '호환마마'(虎患媽媽)나 다름없다.
지난 한 달 동안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중에 아동·청소년은 없었지만, 고조된 불안감에 초·중·고는 문을 닫고 대학은 개강을 연기하는 등 학사일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 유치원·초중고 하루 최대 647곳 문 닫아…4년제 대학 89% 개강 연기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교육부는 이달 2일 '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의 학교는 휴업 등 학사일정 조정을 해도 된다'고 안내했다.
수원·부천 등 당시 확진자가 나왔던 지역에서 이튿날 곧바로 일부 학교에 휴업 명령을 내렸다.
휴업 학교 수는 3일 336곳, 4∼5일 372곳, 6일 592곳, 7일 647곳으로 휴업 허용 첫 주 사이에 2배로 늘어났다.
이 주에 광주·서울 등에서 확진자 9명(16∼24번 확진자)이 추가로 발생한 영향이었다.
14일 기준으로는 휴업한 학교가 268곳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전체 학교 2만522곳 중에 67.8%가 봄방학을 시작했고, 정상 수업 중인 학교는 30.1%만 남았다.
초·중·고교보다 더 큰 불똥이 발등에 떨어진 곳은 대학교였다.
7만여명에 달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대거 입국한다는 우려가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 5일 전국 대학에 개강을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193곳 가운데 172곳(89.1%)이 현재까지 개강 연기를 발표했다.
151곳(78.2%)이 2주, 21곳(10.9%)이 1주 연기했다.
대학 졸업식·입학식도 집단행사인 만큼 가급적 연기하거나 취소하라는 권고가 내려지면서 대다수 대학이 졸업식·입학식까지 취소하거나 연기·축소했다.
◇ 봄방학에 학생들 학원가에 몰리지만…법 미비로 학원은 휴원 명령 불가능
코로나19 우려 속에 겨우 학사일정을 마친 초·중·고는 이번 주부터 대부분 봄방학에 들어간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주로 학원가에 머무는 2주 동안의 봄방학이 가장 불안한 시기라는 말이 나온다.
학원은 학교와 달리 당국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가, 하루에도 여러 학원을 옮겨 다니면서 대중교통까지 이용해야 한다.
학부모 박모(46)씨는 "학교처럼 담임이나 보건교사가 있는 게 아니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면서 "차라리 휴원하면 속이 편할 텐데 내 아이만 결석시키자니 진도 뒤처지는 것도 걱정이고, 아이도 친구들 보러 가고 싶어한다"고 푸념했다.
현행법상 교육 당국이 감염병 예방을 이유로 학원에 휴원을 명령할 법적 근거는 없다.
서울의 한 구에서 감염병 확진자가 나와서 해당 지역 학교에 휴업 명령이 내려져도 학원에는 휴원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초에 양천구의 한 학부모가 코로나19 능동감시대상자가 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그의 자녀가 다닌 목동 학원 6곳에 휴원을 권고했으나, 그중 2곳은 휴원하지 않았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교육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직후에 감염병 종합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원에 휴원을 명령할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고 스스로 진단한 바 있다"면서 "학생 건강권 보호를 위해 학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중국인유학생 5만명 추가 입국 예정…'자율격리' 실효성 물음표
인근에 대학교가 있는 지역의 학부모들은 봄방학 기간에 중국인 유학생 '입국 러쉬'가 시작되는 것도 걱정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앞으로 대학 개강 전까지 4만∼5만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중국에서 입국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특별입국절차를 거쳐 공항에서 나온 중국인 학생들은 무증상자로 봐야 하므로 중국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심환자로 간주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중국에서 입국한 학생들이 입국 후 2주 동안 기숙사나 자취방에서 '자율격리'를 해야 하는데 이를 당국이 제대로 관리·감독할 방법이 없다는 데에 있다.
경희대·한국외대가 있는 회기역 인근에 사는 이모(37)씨는 "동네에 중국인 유학생이 평소처럼 정말 많다"면서 "물론 무증상자일 테고, 이번 방학 때 중국을 갔다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발짝 물러서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중국인 유학생들 스스로 한국에 거주하는 '시민'으로서 시민 의식을 갖고 격리 지침을 지키도록 만드는 것이 대학가 방역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자율격리 기간만 외출을 삼가달라는 내용과 감염병 예방수칙을 중국어 자료로 만들어서 나눠줄 예정"이라면서 "학생들을 잘 포용해서 '공동체 의식'을 만드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학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 수백∼수천명을 대학 교직원들이 수시로 전화 돌리면서 관리하라는 식인데, 교육부·교육청 공무원 인력이라도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이럴 때만 '대학 자율'을 내세운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