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비 1번지’로 불리던 서울 종로경찰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 앞 100m 선까지 시위가 허용된 뒤 집회 및 농성이 청와대 외곽 경호경비를 담당하는 202경비단의 관할에서도 이뤄지면서 집회 시위에서 청와대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종로경찰서의 명성이 퇴색되는 모양새다.

11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에 따르면 이들은 청와대 사랑채 근처 주변도로에서 133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춘추관과 정문 앞 분수대 광장을 잇는 청와대 앞길은 2017년 6월 일반인에게 공개된 이후 범투본은 물론 톨게이트노동조합 등 각종 시위대들이 모이는 장소로 변했다. 202경비단 소속 경찰관은 “과거에는 시위를 하지 않았던 곳에서 매일 시위나 기자회견이 이뤄지면서 신경을 써야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검문·검색 등을 하던 202경비단이 종로경찰서가 하던 시위 및 집회 상황파악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미국·일본대사관 등 주요 시설이 밀집한 지역을 관할하는 종로경찰서는 과거 청와대의 '방패'로 불렸다. 시위가 커져 광화문 광장은 물론 사직로로 진출해도 종로경찰서 경비대가 청운동주민센터를 최후의 저지선으로 삼아 시위대를 막아냈기 때문이다. 2006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이전반대투쟁, 2008년 광우병 수입소고기 반대 투쟁, 2014년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 등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도 이 원칙은 계속 지켜졌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은 2016년 말 촛불집회로 무너졌다. 법원이 시위대가 분수대 앞까지 행진을 할 수 있게 허가 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앞길도 공개됐기 때문이다.

종로 경찰서 내부에서도 떨어지는 위상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로 경찰서에 근무하는 한 경찰은 “202경비단은 경비병력을 동원할 수 없기에 대규모 시위가 있으면 결국 종로경찰서에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매주 이어지는 태극기 부대 등의 시위 때문에 일은 늘어나는데도 예전처럼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승진코스였던 종로경찰서 경비과에서 올해 경정과 총경 승진자가 없었던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전했다.

김순신/배태웅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