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전문가 8명 '힘의 역전' 주제 포럼 강연 토대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기왕 강연회를 하는 것이라면 정말로 청중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연사를 모시고 싶었습니다.

"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지난해 12월 '힘의 역전'을 주제로 진행된 '메디치 포럼'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강사들과의 인터뷰 등을 추가해 같은 제목의 책을 냈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메디치미디어 사옥 카페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정 전 센터장은 포럼 프로그래머 일을 '단기 알바'라고 익살스럽게 표현하면서도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을 그만둔 후인 지난해 10월 정 전 센터장은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로부터 포럼 준비와 진행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힘의 역전'이라는 주제를 처음 제시한 것도 김 대표였다.

과학기술로부터 발생한 변화가 전 세계 정치·경제·사회에서 힘의 역전 또는 관계의 역전을 불러오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현 상황은 어떠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를 모색해보자는 뜻이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천관율 시사인 기자,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 이수정 경기대 교수, 김경수 경남도 지사,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 신수정 KT 부사장 등이 연사로 정해졌다.

정 전 센터장이 이들과 접촉하며 강연 주제와 내용을 조율해 갔다.

당초 계획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최 교수의 경우였다.

생물학과 생태학 전문가인 최 교수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의 반격, 동물권의 부상'에 관한 강연을 부탁하려고 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최 교수는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겪은 대화와 토론의 경험이 신선했다는 말을 한 것을 계기로 공론의 장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주제가 더 와 닿는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된다.

결국 최 교수 강연 주제는 '대화를 통한 힘의 역전: 숙의와 통섭'으로 정해졌고 그것이 포럼의 '여는 말'이 됐다.

정 전 센터장은 범죄 피해자의 관점과 입장을 중시하는 이수정 교수의 강연 주제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가장 위험한 범죄'에 관해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다른 견해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살인자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살인범죄의 재범률은 아주 낮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살인자의 경우 대개는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살해한 경우인데 이런 범죄로 복역하고 나서 다시 남편이나 남자 친구를 살해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성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매우 높다.

이 교수는 강연에서 이 같은 성범죄 위험성을 지적하고 피해자 입장에서 형사정책, 사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사들이 각 분야에서 말한 '힘의 역전' 가운데는 아직도 전혀 만족스러운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부분도 없지 않다.

이 대표가 발표를 맡은 '여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82년생 김지영' 영화를 두고 '옛날이야기 아니냐'고 하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지만 아직 이런 영화에 20대 여성들이 울고 자신을 김지영과 동일시하며 공감한다는 것은 아직 '힘의 역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은 성공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지적 소통의 장을 갈망했던 듯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혀 왔다고 한다.

정 센터장 자신도 "지식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한다.

강연 내용을 책으로 만드는 것은 처음 기획할 때부터 생각했다.

강사들에게 각각 원고지 100매 분량의 글을 요청하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정 전 센터장은 방향을 바꿔 강사들을 일일이 개별적으로 인터뷰해 책 내용을 재구성했다.

정 전 센터장은 "지적 공론장, 토론 자리, 하나의 주제로 사회 변화를 바라보는 자리를 만들어보니 이런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면서 "최 교수의 강연 주제와 같이 '디스커션(숙의)'이 늘어날수록 우리 공동체의 저력이 쌓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