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버드 < WSJ 칼럼니스트 >
제조업체들은 오래전부터 춘제(설)의 영향에 불만을 토로해왔다. 1월이나 2월에 끼어 있는 설 연휴 동안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보건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대응으로 연휴가 실질적으로 연장됐다. 이에 따라 중국의 광공업 생산은 장기간에 걸쳐 침체할 우려가 있다. 과거 10년을 살펴보면 1~2월 광공업 생산은 나머지 10개월의 평균을 20% 밑돌았다. 중국 근로자의 춘제 휴가 일수는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2주를 쉰다고 가정하면 연휴 연장 영향으로 2개월간 가동이 20% 더 줄어 광공업 생산은 통상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공급 대체기업 찾기 쉽지 않아
중국이 중요한 것은 단순히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으로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03년 때보다 글로벌 공급망은 상당히 복잡해졌다. 중국 제조 비율이 극히 낮은 제품조차 생산이 중단되면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제품 복잡성이 높아져 대체할 만한 전문 제조업체를 찾기도 어렵다.
예상치 못한 공급망 쇼크가 일어난 과거의 예를 봐도 낙관할 분위기는 아니다.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받아 구미 공장 가동을 정지했으며, 2016년에도 일본 외에서 찾기 힘든 핵심 부품을 갑자기 구할 수 없자 가동을 중단했다. 2011년 태국에서 발생한 홍수의 직접적인 영향이 사라진 뒤에도 오랫동안 공급망 변화가 불가피했다. 2015년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이 부가가치 면에 끼친 경제적 영향 중 최대 60%를 다른 나라에서 부담했고, 미국은 그중 25%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고위험 수입품에 대한 매우 큰 영향을 지적하고 있다. 복잡한 기계나 자동차 부품, 하드디스크드라이브 그리고 서플라이 체인 쇼크에 특히 영향을 받기 쉬운 특정 전자기기 등이 이런 수입품이다. 자연재해 등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의 수입량을 1% 늘린 국가는 공급망 타격으로 인해 같은 해 수출이 약 0.7%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수년간 파장 있을 듯
대다수 국제 경제학자는 중국의 경기둔화가 세계 산출량을 얼마만큼 떨어뜨릴지 밝혀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분석은 대부분 공급망 혼란이 아니라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공장 가동 중단 등은 사스, 태국 홍수, 동일본 대지진 때의 규모를 넘어섰다. 공장 등의 폐쇄는 이제 막 시작됐지만 세계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중요성으로 미루어 각국 제조업자들은 전례 없는 곤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년 동안 그 영향을 실감할지도 모른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마이크 버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가 기고한 ‘Coronavirus Quarantine Will Ripple Through Global Manufacturing’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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