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소집으로 '벨 축구' 이식하며 10득점 2연승…신예 추효주 활약 등 성과
제주서 과정·결과 잡은 여자축구, 이젠 '사상 첫 본선행' 도전
'사상 첫 외국인 감독'과 함께하는 한국 여자 축구의 '새 역사' 도전이 일단 첫 관문을 넘어섰다.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일 서귀포의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베트남을 3-0으로 완파, 3일 미얀마전 7-0 대승에 이어 2연승으로 조 1위에 올랐다.

애초 A조에서 경쟁할 예정이던 아시아의 강호 북한이 돌연 불참을 선언하면서 한국은 이번 예선에서 약체로 꼽히는 베트남, 미얀마와만 맞붙게 돼 비교적 수월한 대진 속에 플레이오프(PO)행을 결정 지었다.

일본이 이번 올림픽 개최국으로 예선에 나서지 않았고, 북한이 빠진 점 등 호재가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치열한 준비 과정 끝에 벨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처음으로 하나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벨 감독은 데뷔전인 지난해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경기 일본에 석패하며 준우승한 아쉬움을 씻고 PO행을 이끌었다.

제주서 과정·결과 잡은 여자축구, 이젠 '사상 첫 본선행' 도전
이번 예선을 앞두고 벨 감독은 실전 한 달 전인 지난달 초부터 26명의 선수를 소집해 지켜본 뒤 해외파를 포함한 20명의 최종 엔트리를 정했다.

20명이 결정된 이후에도 줄곧 서귀포에서 대비를 이어갔다.

내부 경쟁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기량을 폭넓게 점검하고, 장기적으론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했다.

경기에선 실제로 '신구 조화'를 이룬 라인업을 가동했다.

베트남전 선발 라인업을 보면 이런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1987년생 맏언니 수문장 윤영글(한국수력원자력), 1989년생 고참급 수비수 심서연(현대제철), 1991년생 에이스 지소연(첼시)에, 어느덧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1998년생 강채림(현대제철), 2000년생 막내 추효주(울산과학대)까지 고르게 포진했다.

E-1 챔피언십 때 다소 아쉬움을 남겼던 공격력은 정예 공격진이 가동된 가운데 이번엔 다득점으로 표출됐다.

'에이스' 지소연의 전천후 활약 속에 미얀마를 상대로는 7골을 터뜨렸고, 베트남전에선 그보다 적은 3골이 나왔으나 득점 기회를 만드는 과정에선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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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막내' 추효주가 1골 1도움으로 완승에 앞장서며 벨 감독의 기대를 충족했다.

추효주와 2000년생 동갑내기인 공격수 강지우(고려대)도 이날 A매치에 데뷔, 또 한 명의 차세대 자원이 선보인 것도 소득이었다.

장슬기(마드리드 CFF), 심서연, 홍혜지(창녕 WFC), 김혜리(현대제철)의 포백 수비진과 중원의 이영주(현대제철), 장창(서울시청) 등은 E-1 챔피언십에 이어 중용돼 조직력을 쌓았다.

베트남전 초반 경기를 압도하고도 전반 23분 장슬기의 칩슛 결승 골이 나온 전후로 결정력 부족에 시달렸던 점이나 약체를 상대로도 패스 실수가 자주 나왔던 점 등은 여전히 과제다.

본선행이 결정되는 PO에서 만날 팀들은 베트남, 미얀마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강하다.

담금질을 멈춰선 안 되는 이유다.

벨 감독은 "호주와 중국 모두 어려운 상대다.

공을 빨리 돌리며 더 공격적, 적극적인 경기를 펼쳐야 한다.

B조 팀들을 세부적으로 분석하며 대비하겠다"면서 "가능하면 선수들을 22일께 소집해 최대한의 준비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