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과 A매치 최다골 타이에도 담담…"세리머니 해준 동료들 미안"
"전체 경기력은 답답"…A매치 58호 골에도 웃지 않은 지소연
'58번째 A매치 골'로 한국 축구의 역사에 또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새긴 여자 축구 '에이스' 지소연(29·첼시)은 웃지 않았다.

'사상 첫 올림픽 본선'이라는 목표에 닿기엔 "부족하다"며 대표팀을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지소연은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 A조 2차전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상대가 내려설 거라는 걸 예상하고 경기했는데, 전·후반 모두 전체적으로 답답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날 한국은 3-0으로 완승, 2연승 A조 1위로 플레이오프(PO)행을 확정했다.

3일 미얀마전에서 2골 2도움으로 펄펄 날았던 지소연은 이날도 콜린 벨 감독의 신임을 등에 업고 선발 출전, 팀의 세 번째 골로 쐐기를 박았다.

특히 한국 여자 축구 A매치 개인 최다 득점 기록 보유자인 그는 자신의 58번째 A매치 골로 차범근 전 감독이 보유한 역대 남자 대표팀 A매치 최다 득점과 같은 수의 골을 기록했다.

대표팀 동료 김혜리(현대제철)와 장슬기(마드리드 CFF)는 팔로 가마를 만들어 지소연을 태우며 축하하기도 했다.

"전체 경기력은 답답"…A매치 58호 골에도 웃지 않은 지소연
하지만 지소연은 이 얘기를 하면서도 "무척 고마웠지만, 경기력이 좋지 않아 쑥스러웠다"며 여전히 표정이 밝지 못했다.

그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표현을 하지 않아서 동료들이 '다음에는 안 해주겠다'고 하더라. 미안했다"고 전했다.

스스로는 불만족스러워했지만,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은 부임 이후 처음으로 소집, 플레이메이커로 나선 지소연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간으로나 선수로나 현명하고 똑똑하며,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 스타일과 팀 분위기를 잘 대표한다"고 칭찬했다.

지소연은 "제가 영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감독님과의 소통에 익숙하고, 팀에 빨리 녹아든 것 같다"면서 "감독님이 어떤 축구를 원하시는지 소통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벨 감독과 함께 지소연은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두드려 온 올림픽 본선의 문을 열고 싶어 한다.

이제 단 한 단계가 남았다.

지소연은 "PO에서 호주나 중국을 만날 가능성이 큰데, 아시아의 강호를 상대로 이렇게 해서는 부족하다.

실수 하나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으니 더 집중해야 한다"면서 "더 많은 훈련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4번째 도전이다.

동생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본선에 갈 때까지 은퇴 하지 않고 너희에게 자리 내주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그는 "그만큼 간절하고, 중요하다"면서 올림픽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