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량 죽음에 시진핑 체제 흔들…학자들 "언론 자유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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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 보장됐다면 국가적 재앙 일어나지 않았을 것" 공개서한
"후야오방 사망 때보다 심각"…'1989년 톈안먼 시위' 재현 경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죽음이 중국 전역에 슬픔과 분노를 불러온 가운데 중국 학자들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공개서한을 내놓았다.
시진핑(習近平) 정권 출범 후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예외적인 일로, 리원량의 죽음이 시진핑 체제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 있는 화중사범대학의 탕이밍(唐翼明)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은 공개서한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널리 유포된 이 서한에서 학자들은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원량을 포함한 8명의 의사는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지만,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다.
학자들은 "이들 8명은 사람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알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침해당하고 말았다"며 "정부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들 '내부고발자'에게 제기된 혐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이들 8명에게 사과하고, 리원량을 순교자로 지정할 것도 요구했다.
학자들은 중국 헌법을 인용해 "중화인민공화국 시민들은 언론, 집회, 결사, 시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며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집단의 이익이나 다른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종코로나 확산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이며, 우리는 리원량의 죽음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며, 관료들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원량의 죽음이 알려진 지 불과 몇시간만인 지난 7일 오전 6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리원량 의사가 사망했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의 조회 수가 6억7천만 건을 기록했으며, 비슷한 제목의 '리원량 사망' 글의 조회 수도 2억3천만 건에 달했다.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 글도 286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나, 이 글들은 곧바로 당국에 의해 삭제됐다. 리원량의 죽음 후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화중사범대학 교수들뿐만이 아니다.
베이징대 법학 교수인 장첸판(張千帆)은 "정부는 2월 6일(리원량 사망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형법 조항도 폐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리원량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다"며 "그의 죽음이 우리를 두렵게 해서는 안 되며, 우리는 용기를 내서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더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떨어 침묵을 지킨다면 죽음은 더 빨리 찾아올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체제에 맞서 '아니요'(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식인 사회가 이처럼 동요하는 가운데 리원량의 죽음이 시진핑 정권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이어져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같은 거대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 유혈 진압한 '중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사건이다.
친첸훙(秦前紅) 우한대학 법학 교수는 "이번 사태는 대단히 큰 위기"라며 "중국의 여론은 지금껏 분열됐지만, 이제는 (리원량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라는 동일한 감정과 태도를 공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친 교수는 "상황이 폭발할까 봐 걱정된다"며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가 죽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야오방은 1982년 총서기직에 올라 덩샤오핑(鄧小平)의 후계자로 꼽혔으나, 1986년 발생한 학생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1987년 실각했다.
1989년 4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고, 이 죽음이 같은 해 6월 톈안먼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리원량의 죽음에 민심이 들끓자 중국 정부도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조사팀을 우한에 파견해 의사 리원량과 관련된 문제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난징대 정치학 교수인 구쑤는 "국가 고위 기관이 의사 한 명의 죽음에 이렇게 신속하게 조사팀을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다만 이들이 리원량을 처벌한 경찰은 조사할 수 있겠지만, 이를 지시한 상층까지 조사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SCMP는 "중국 정부는 대중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관료들을 처벌할 수 있겠지만, 이는 신종코로나 방역 작업을 벌이는 관료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는 딜레마를 불러온다"며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대중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후야오방 사망 때보다 심각"…'1989년 톈안먼 시위' 재현 경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죽음이 중국 전역에 슬픔과 분노를 불러온 가운데 중국 학자들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공개서한을 내놓았다.
시진핑(習近平) 정권 출범 후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예외적인 일로, 리원량의 죽음이 시진핑 체제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 있는 화중사범대학의 탕이밍(唐翼明)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은 공개서한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널리 유포된 이 서한에서 학자들은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원량을 포함한 8명의 의사는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지만,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다.
학자들은 "이들 8명은 사람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알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침해당하고 말았다"며 "정부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들 '내부고발자'에게 제기된 혐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이들 8명에게 사과하고, 리원량을 순교자로 지정할 것도 요구했다.
학자들은 중국 헌법을 인용해 "중화인민공화국 시민들은 언론, 집회, 결사, 시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며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집단의 이익이나 다른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종코로나 확산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이며, 우리는 리원량의 죽음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며, 관료들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원량의 죽음이 알려진 지 불과 몇시간만인 지난 7일 오전 6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리원량 의사가 사망했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의 조회 수가 6억7천만 건을 기록했으며, 비슷한 제목의 '리원량 사망' 글의 조회 수도 2억3천만 건에 달했다.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 글도 286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나, 이 글들은 곧바로 당국에 의해 삭제됐다. 리원량의 죽음 후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화중사범대학 교수들뿐만이 아니다.
베이징대 법학 교수인 장첸판(張千帆)은 "정부는 2월 6일(리원량 사망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형법 조항도 폐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리원량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다"며 "그의 죽음이 우리를 두렵게 해서는 안 되며, 우리는 용기를 내서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더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떨어 침묵을 지킨다면 죽음은 더 빨리 찾아올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체제에 맞서 '아니요'(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식인 사회가 이처럼 동요하는 가운데 리원량의 죽음이 시진핑 정권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이어져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같은 거대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 유혈 진압한 '중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사건이다.
친첸훙(秦前紅) 우한대학 법학 교수는 "이번 사태는 대단히 큰 위기"라며 "중국의 여론은 지금껏 분열됐지만, 이제는 (리원량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라는 동일한 감정과 태도를 공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친 교수는 "상황이 폭발할까 봐 걱정된다"며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가 죽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야오방은 1982년 총서기직에 올라 덩샤오핑(鄧小平)의 후계자로 꼽혔으나, 1986년 발생한 학생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1987년 실각했다.
1989년 4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고, 이 죽음이 같은 해 6월 톈안먼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리원량의 죽음에 민심이 들끓자 중국 정부도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조사팀을 우한에 파견해 의사 리원량과 관련된 문제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난징대 정치학 교수인 구쑤는 "국가 고위 기관이 의사 한 명의 죽음에 이렇게 신속하게 조사팀을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다만 이들이 리원량을 처벌한 경찰은 조사할 수 있겠지만, 이를 지시한 상층까지 조사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SCMP는 "중국 정부는 대중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관료들을 처벌할 수 있겠지만, 이는 신종코로나 방역 작업을 벌이는 관료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는 딜레마를 불러온다"며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대중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