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패소…"'고지 의무'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법 "고지의무 어겼어도 보험사가 설명 안했다면 보험금 줘야"
보험사가 보험 약관에 대해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계약자가 '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3월 아들이 오토바이 운전 중 사고로 사망하자 두 종류의 보험 계약이 맺어져 있던 메리츠화재에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같은 해 6월 'A씨의 아들이 보험 계약 시 오토바이를 주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는 계약자의 고지 의무를 어긴 것'이라는 이유로 보험 해지 및 보험금 부지급 통보를 했다.

A씨의 아들은 오토바이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음에도, 보험 계약 당시 오토바이 운전 여부 등을 확인하는 질문표에 '아니오'로 답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오토바이 운전으로 인한 사고 시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전혀 설명 듣지 못했다'며 사망 보험급 5억5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계약자의 '고지 의무'와 보험사의 '설명 의무' 중 무엇이 더 우선시 돼야 하는지가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다.

법원은 보험 가입자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놓았다.

1심 재판부는 "오토바이 운전 여부는 보험 계약에서 중요한 사항이므로 이에 대한 고지의무가 있다는 점에 대해 설명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해도 보험사가 보험약관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심 재판부도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할 경우에는 특별약관이 부가돼야 한다는 사실, 오토바이 운전 여부 등과 관련해 고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 등에 관해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설명의무 등과 관련해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례를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