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 고민 끝 이낙연과 정면대결 수용…공관위 압박속 '등 떼밀리듯' 선택 분석도
종로→수도권→전국으로 정권심판론 확산 복안…승패 따라 정치적 위험 부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결국 종로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장고 끝 '종로 승부수' 던진 황교안…정권심판론 바람 일으킬까(종합2보)
당의 총선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간판'으로서, 정치1번지에서 여야의 대표주자들이 정면 대결을 펼치는 구도를 받아들이는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최종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서울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개 선언한 이후 한달여 간 구체적 출마 지역에 대해 함구하자 당 전체의 선거전략에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 여론에 내몰리기도 했다.

이미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적장'인 이낙연 전 총리가 링 위에 올라 '선점 효과'를 누리는 상황에서 섣불리 뛰어드는 것은 여당의 '선거 프레임'에 말려들 우려가 컸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치적 상징성이 큰 '정치 1번지'에서 패배할 경우 자신은 물론이고 당과 보수진영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워낙 크다는 점도 작용했다.

여기에 같은 보수진영에 속한 이정현 의원의 출마도 부정적 변수였다.

가뜩이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종로 빅매치'에서 이 의원의 출마는 보수 진영 표 분산을 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불출마'를 건의하는 참모들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선택지가 '종로 출마'와 '불출마'로 좁혀진 가운데 불출마를 택하는 것은 링 위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포기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어서 황 대표로서는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종로 이외의 지역구를 선택하는 것은 정면 대결을 회피하는 모양새로 비친다는 점이 문제였다.

장고 끝 '종로 승부수' 던진 황교안…정권심판론 바람 일으킬까(종합2보)
이에 따라 전날 공천관리위원회는 물론 황 대표의 측근 의원들과 당 핵심 관계자들도 황 대표에게 '종로 출마'를 강력히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황 대표에게 "'불출마'는 과거로 뒷걸음질 치는 것이고, '종로 승부수'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니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면 미래로 나아가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종로에 몸을 던진 황 대표의 선거전략은 '정권심판'에 맞춰져 있다.

제1야당 대표로서 이번 총선을 '문재인 정권 심판' 구도로 치른다는 큰 틀의 구도 하에서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인 이 전 총리에게 박근혜 정부의 총리 출신인 황 대표가 도전장을 내미는 형식으로 정권 심판론에 불을 댕기겠다는 것이다.

10분간 읽어내린 출마 선언문에서 '정권 심판'은 총 7번 등장했다.

황 대표는 출마 선언 서두부터 문재인 정권 집권 이후 경제·안보·외교·국민 안전 등이 무너졌다고 날을 세웠다.


장고 끝 '종로 승부수' 던진 황교안…정권심판론 바람 일으킬까(종합2보)
이어 수도권 선거의 첨병이라 할 종로에서 이낙연 전 총리와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며 전국 판세를 이끌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종로에서 일으킨 정권 심판 바람이 수도권 전체를 거쳐 전국을 향해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영등포 당사에서 연 출마 기자회견에서 "4·15 총선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끝장내는 정권심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반드시 이겨내겠다.

종로를 반드시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 참모는 "과정은 신중했으나 결정한 이후에는 가열차게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고 끝 '종로 승부수' 던진 황교안…정권심판론 바람 일으킬까(종합2보)
그러나 장고 끝에 승부수를 던졌지만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여론조사상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총리가 밑바닥을 다지고 있고, 지지율 격차가 더블 스코어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전 총리에게 패배하게 되면 대정부 심판 자체가 흔들릴 뿐 아니라 황 대표 개인도 대선주자로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황 대표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뛰어든 후에도 이 전 총리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곧바로 인근 지역구와 수도권은 물론 전국 선거 전체 판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구나 종로는 2000년 이후 한국당의 전신 보수정당이 줄곧 깃발을 꽂았지만, 2012년 19대 총선과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내리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내줬다.

탈환에 만만치 않은 지역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황 대표가 제한된 선택지 사이에서 '등 떼밀리듯' 종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과 함께 장고 끝에 둔 '악수'로 결론을 맺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총선 거취를 놓고 시간을 끌면서 명분과 모양새를 동시에 잃어버린 아쉬움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박완수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종로는 당에도 험지일 뿐 아니라, 이낙연이라는 강한 적이 이미 버티고 있는 곳"이라며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희생과 헌신이 따르더라도 '사지로 간다'고 생각하고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고 끝 '종로 승부수' 던진 황교안…정권심판론 바람 일으킬까(종합2보)
반대로 황 대표가 두 달여 남은 선거 기간 대역전극의 반전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수도권 승리를 견인해 한국당이 제1당으로 올라선다면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황 대표의 입지도 보수 진영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로서는 이 전 총리 지지율에 근접하기만 해도 손해 볼 게 없다"며 "수도권 전체에 주는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황 대표 스스로 '험지'에 나섬으로써 당 내부 공천혁신의 동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공관위 출범 후 떠오른 영남권 중심의 강도 높은 물갈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의 험지 출마가 일부 영남권 의원들의 물갈이 반발을 잠재울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험지 출마를 꺼리는 당대표급·중진 인사들의 컷오프(공천배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지난 5일 마감한 종로 지역구의 총선 공천 신청자 현황을 보면 개인택시 기사를 비롯해 7명이 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대표 등도 종로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관위가 조만간 전략 지역 선정과 후보자 배치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황 대표의 출마선언 직후 입장문을 내고 "공관위는 곧 추가 공모, 중량급 인사들의 전략 배치 등 필요한 후속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