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다시 제기된 다큐영화 '본명선언' 표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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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희 감독의 '흔들리는 마음' 표절" vs "양 감독이 사용에 동의했다"
"합의한 적도 없고, 제 영상을 카피해서 쓰라고 보낸 적이 없습니다.
"(양영희 감독)
"사전에 구성안을 보냈기 때문에 양 감독은 '흔들리는 마음'이 '본명선언'에 사용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홍형숙 감독)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본명선언'(1998)이 재일교포 양영희 감독의 NHK TV 다큐멘터리 '흔들리는 마음'(1996)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두 감독은 이 의혹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재일 조선인 학생들의 '본명'(원래 이름)에 관한 이야기인 '본명선언'은 1998년 부산영화제에서 최우수 한국다큐멘터리상인 운파상을 받았다.
그러자 이 영화가 '흔들리는 마음'을 도용 또는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한 언론사가 이를 보도했다.
당시 부산영화제 측은 "표절이나 도용이 아니며, 감독과 자료제공자 간의 개인적인 의사소통의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으며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는 언론중재위원회 결정에 의해 반론 보도를 실었다.
이 표절 의혹이 최근 22년 만에 다시 제기됐다.
양영희 감독 측은 7일 서울 은평구 서울기록원에서 '흔들리는 마음'과 '본명선언'의 비교 상영회를 열었다.
"'흔들리는 마음' 중 일부 영상이 '본명선언'에 도용됐음"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상영회를 통해 비교해본 결과 '본명선언'에 사용된 '흔들리는 마음'속 영상은 흑백으로 처리됐다.
'흔들리는 마음'에서 한 여학생이 자신의 한국 이름인 본명을 선언하는 장면 등이 '본명선언'에 사용됐다.
'흔들리는 마음'을 '본명선언'에 사용했다는 사실은 양 감독과 홍 감독 양측 모두 인정한다.
두 사람이 1995년 일본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서로 만났고, 이후 양 감독이 재일교포의 본명에 대한 이야기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을 홍 감독이 들었다는 것도 양측의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양측의 의견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부분은 사전 합의 여부다.
홍 감독은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양 감독은 1997년 1월부터 '흔들리는 마음'의 어떤 장면이 '본명선언'에 사용될 것인지 알고 있었다"며 "'흔들리는 마음의 어느 대목을 '본명선언에 쓸 것인지 분명히 표기된 구성안을 사전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 감독이 구성안의 방향에 대한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촬영에 협조했고 본인에 대한 촬영과 인터뷰에도 응했으며 '흔들리는 마음'의 촬영 원본 테이프도 보내줬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서는 "원본과 복사본을 함께 보냈다는 것은 '사용을 전제한 행위'다"라며 "게다가 양 감독은 '흔들리는 마음'에 사용된 장면의 검색이 쉽도록 자필로 작성한 타임코드로그까지 보내줬다.
나로서는 '사용에 동의한 것' 이외의 어떤 상황도 짐작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 감독은 상영회 후 "당시 만났던 커피숍 테이블 위에 종이가 있었는데, 내 이름이 있길래 왜냐고 물었고, (홍 감독이) '이건 아니다'라며 그 종이를 치웠다"며 "그렇게 구성안다운 것을 본 기억이 있지만, 그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원본 테이프에 대해서는 "테이프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시라고 참고 자료로 보낸 것이다"라며 "어느 사람이 그걸 카피해서 쓰라고 보내겠나.
마음대로 쓰라고 했다고 해서 그렇게 갖다 붙이는 사람이 어딨나"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그때 (내 영상을) 1초라도 쓴다면 꼭 가편집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부연했다.
양 감독은 "원본 테이프가 안 돌아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홍형숙 씨가 '본명선언'으로 수상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며 "''본명선언' 처음 장면부터 제가 나왔고 불쾌했다.
계속 보니까 '흔들리는 마음'이 아주 긴 시간 들어있었다.
눈물나고 꿈인지 진짜인지 모를 정도였다.
창작자로서 찔리고 찢기고 제멋대로 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주장했다.
22년 만에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이날 비교상영회에는 박찬욱 감독과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여러 영화인이 자리했다.
다만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까닭에 이들 역시 입장 표명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오늘은 개인이 아니라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대표해서 왔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조합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오늘 당장 누구의 편을 들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라고 말했다.
전양준 위원장은 "해당 파문에 책임이 있는 기관의 책임자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빨리 모든 것이 명확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양영희 감독)
"사전에 구성안을 보냈기 때문에 양 감독은 '흔들리는 마음'이 '본명선언'에 사용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홍형숙 감독)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본명선언'(1998)이 재일교포 양영희 감독의 NHK TV 다큐멘터리 '흔들리는 마음'(1996)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두 감독은 이 의혹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재일 조선인 학생들의 '본명'(원래 이름)에 관한 이야기인 '본명선언'은 1998년 부산영화제에서 최우수 한국다큐멘터리상인 운파상을 받았다.
그러자 이 영화가 '흔들리는 마음'을 도용 또는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한 언론사가 이를 보도했다.
당시 부산영화제 측은 "표절이나 도용이 아니며, 감독과 자료제공자 간의 개인적인 의사소통의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으며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는 언론중재위원회 결정에 의해 반론 보도를 실었다.
이 표절 의혹이 최근 22년 만에 다시 제기됐다.
양영희 감독 측은 7일 서울 은평구 서울기록원에서 '흔들리는 마음'과 '본명선언'의 비교 상영회를 열었다.
"'흔들리는 마음' 중 일부 영상이 '본명선언'에 도용됐음"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상영회를 통해 비교해본 결과 '본명선언'에 사용된 '흔들리는 마음'속 영상은 흑백으로 처리됐다.
'흔들리는 마음'에서 한 여학생이 자신의 한국 이름인 본명을 선언하는 장면 등이 '본명선언'에 사용됐다.
'흔들리는 마음'을 '본명선언'에 사용했다는 사실은 양 감독과 홍 감독 양측 모두 인정한다.
두 사람이 1995년 일본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서로 만났고, 이후 양 감독이 재일교포의 본명에 대한 이야기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을 홍 감독이 들었다는 것도 양측의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양측의 의견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부분은 사전 합의 여부다.
홍 감독은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양 감독은 1997년 1월부터 '흔들리는 마음'의 어떤 장면이 '본명선언'에 사용될 것인지 알고 있었다"며 "'흔들리는 마음의 어느 대목을 '본명선언에 쓸 것인지 분명히 표기된 구성안을 사전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 감독이 구성안의 방향에 대한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촬영에 협조했고 본인에 대한 촬영과 인터뷰에도 응했으며 '흔들리는 마음'의 촬영 원본 테이프도 보내줬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서는 "원본과 복사본을 함께 보냈다는 것은 '사용을 전제한 행위'다"라며 "게다가 양 감독은 '흔들리는 마음'에 사용된 장면의 검색이 쉽도록 자필로 작성한 타임코드로그까지 보내줬다.
나로서는 '사용에 동의한 것' 이외의 어떤 상황도 짐작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 감독은 상영회 후 "당시 만났던 커피숍 테이블 위에 종이가 있었는데, 내 이름이 있길래 왜냐고 물었고, (홍 감독이) '이건 아니다'라며 그 종이를 치웠다"며 "그렇게 구성안다운 것을 본 기억이 있지만, 그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원본 테이프에 대해서는 "테이프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시라고 참고 자료로 보낸 것이다"라며 "어느 사람이 그걸 카피해서 쓰라고 보내겠나.
마음대로 쓰라고 했다고 해서 그렇게 갖다 붙이는 사람이 어딨나"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그때 (내 영상을) 1초라도 쓴다면 꼭 가편집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부연했다.
양 감독은 "원본 테이프가 안 돌아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홍형숙 씨가 '본명선언'으로 수상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며 "''본명선언' 처음 장면부터 제가 나왔고 불쾌했다.
계속 보니까 '흔들리는 마음'이 아주 긴 시간 들어있었다.
눈물나고 꿈인지 진짜인지 모를 정도였다.
창작자로서 찔리고 찢기고 제멋대로 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주장했다.
22년 만에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이날 비교상영회에는 박찬욱 감독과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여러 영화인이 자리했다.
다만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까닭에 이들 역시 입장 표명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오늘은 개인이 아니라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대표해서 왔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조합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오늘 당장 누구의 편을 들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라고 말했다.
전양준 위원장은 "해당 파문에 책임이 있는 기관의 책임자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빨리 모든 것이 명확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