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이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경고음을 연이어 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무디스도 ‘우한발(發) 충격’이 반도체·전자 등 국내 주요 6개 업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S&P 이어 무디스도 경고…"우한 폐렴 확산, 韓기업 신용도에 타격"
무디스는 6일 “우한 폐렴 확산이 한국 기업 신용도에 타격을 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S&P가 지난 5일 우한 폐렴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무디스는 우한 폐렴이 퍼지면서 진원지인 중국과 주변국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생산과 공급망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주요 산업 가운데 반도체·전자, 유통, 자동차, 정유, 철강, 화학 등 6개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반도체·전자, 자동차 업종의 한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춘제(설) 연휴 연장과 생산직 근로자 철수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현대·기아자동차는 중국으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는 데 차질을 빚자 국내 생산공장 대부분의 가동을 중단했다. S&P도 전날 “우한 폐렴 여파에 따른 부품 조달 환경 악화로 현대·기아차의 1분기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무디스는 유통기업은 온라인사업 비중이 작은 곳일수록 고객들의 오프라인 매장 이용 감소로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션 황 무디스 연구원은 “이미 전자상거래 발전에 따른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체들로선 추가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화학·철강 기업은 가장 큰 판매처인 중국 경제활동 둔화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이미 정유·화학·철강 제품 스프레드(원재료와의 가격 차)가 낮게 떨어진 가운데 중국의 수요 부진까지 맞닥뜨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이날 SK이노베이션과 이 회사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내렸다. 정유 및 화학사업 실적 부진과 설비 투자에 따른 차입금 부담 증가를 반영했다. 최근 발표한 579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 역시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평가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말 약 8조원인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총 차입금-현금성 자산)이 앞으로 1년~1년6개월 동안 10조~11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무디스는 “우한 폐렴 충격이 SK이노베이션의 영업환경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유완희 무디스 수석연구원은 “우한 폐렴 확산이 일시적으로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올 상반기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