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도용해 은행·부동산 거래…경찰 "종교생활 특성 고려하면 노동 착취는 아냐"
'지적장애인 착취' 의혹 사찰 주지 기소의견 검찰 송치
서울의 한 사찰에서 지적장애인을 30여년간 착취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주지승이 일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노원구 사찰 주지 최모(69) 씨의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한 장애인 단체는 최씨가 30여년 전 사찰에 들어와 행자 신분으로 지내던 지적장애 3급 A씨를 하루 평균 13시간 동안 강제로 일 시키며 착취했다고 지난해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또 최씨가 A씨의 명의를 도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고도 주장했다.

경찰 수사 결과 최씨는 2013∼2018년 A씨 명의로 59차례에 걸쳐 은행 거래를 하고, 2016년 A씨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를 사고판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찰은 최씨가 A씨 의사에 반해 사찰에서 강제노역을 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함께 사찰에서 생활을 한 사람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한 결과 장애인 학대나 노동 착취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은 확보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가 불경을 암송할 수준의 지적 능력이 있고, 종교 생활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노동 착취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씨는 '작업을 빨리하지 않는다'며 소리를 지르고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는 등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2차례에 걸쳐 A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