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시중은행들이 올해 실적 목표치를 낮추고 임금 인상률을 동결하는 등 실적 한파에 대비하고 있다. 노동조합도 사측의 비상경영체제에 맞춰 임금·단체 협상(임단협)을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동조하는 모양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이 최근 노사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했다. 임금 인상률은 2%로 통일됐고 성과급(보로금)은 200% 안팎으로 맞춰졌다. 하나은행은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임단협을 끝냈다. 임금 인상률은 일반직 2%, 저임금직군(리테일 서비스·사무인력) 3.5%로 정했고 성과급은 지난해 300%에서 올해 190%로 크게 줄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조329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올해 순이익 목표를 10%가량 낮추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상태다. 노조도 경영 위기에 공감해 성과급을 줄여 경영 성과를 높이는 데 뜻을 모았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임단협을 끝내고 임금 인상률을 일괄 2%로 정했다. 성과급의 경우 전년도와 동일하게 200%로 책정했다. 농협은행의 2019년 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2조원이 예상되지만 2020년 경영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7일 임단협을 열고 임금 인상률 일반직 2%, 저임금직군 3.5%로 정했다. 성과급은 지난해 300%에서 올해 200%로 낮췄다. 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순이익 2조439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노사는 올해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는데 동의했다. 희망퇴직에 대한 특별퇴직금이 지난해 최대 39개월에서 올해 35개월로 하향 조정된 이유다. 희망퇴직 인원은 46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0일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임금 인상률은 일반직 2%, 저임금직군 4%로 정했다. 성과급의 경우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 정해지는데 지난해 200%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노사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다. 희망퇴직 인원은 300여명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선출된 하나은행은 임단협이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도 다른 은행과 비슷한 임금 인상률 2%, 성과급 최대 200%선에서 임단협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은 논의 중에 있다"면서 "타행과 비슷한 수준을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