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닫힌 광주21세기병원 > 국내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광주21세기병원이 5일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 위해 병원 입구를 밧줄로 묶어놨다.  연합뉴스
< 문 닫힌 광주21세기병원 > 국내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광주21세기병원이 5일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 위해 병원 입구를 밧줄로 묶어놨다. 연합뉴스
2015년 5월 4일 바레인에서 농작물 재배 업무를 하던 A씨(당시 68·남)가 카타르를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1주일 뒤인 11일 고열·기침 증상이 시작됐고 여러 병원을 갔지만 ‘원인을 모른다’는 답만 들었다. 환자는 18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았고, 이 병원 의사는 보건소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가 왔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카타르는 메르스 유행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병원의 거듭되는 요청에 검사를 시행했고, 환자는 증상이 시작된 지 9일 만인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됐다. 메르스 사태의 시작이었다.

올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유행도 마찬가지다. 16번 환자(42·여)를 치료한 의료진이 수차례 검사를 요청했지만 보건소 담당자는 거부했다. 중국이 아니라 태국에서 입국한 사람은 의심 환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5년 전 메르스 때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 밖 환자, 검사 않겠다고 한 보건당국

16번 환자가 처음 광주21세기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달 27일 오전 9시다. 가족들과 함께 태국 방콕과 파타야를 여행한 뒤 19일 전남 무안공항으로 입국한 환자는 25일 저녁부터 오한 증상을 호소했다. 설을 맞아 자가용을 타고 가족들과 전남 나주에 있는 친정집을 다녀온 뒤였다.

환자를 치료한 광주21세기병원 의사는 “혹시 해외여행을 했느냐”고 환자에게 물었다. 환자는 “태국을 다녀왔고 그곳에서 기침하는 중국인을 많이 봤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폐렴 의심 환자로 직감한 의사는 관할 보건소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담당자는 “검사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 의사는 ‘코로나 의심환자’라는 소견서를 써 전남대병원 선별진료소로 환자를 보냈다. 전남대병원도 관할 보건소에 전화했지만 이 환자는 검사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해당 병원들에서 의심 환자로 전화를 건 것은 맞다”며 “현재 지침으로는 중국을 다녀오지 않으면 코로나를 의심하는 사례 정의에 들어가지 않다 보니 기계적으로 답변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보건당국은 뒤늦게 의사들의 판단에 따라 우한 폐렴 환자로 신고하면 모두 검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21세기병원, 140명 격리 대상

환자가 광주21세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던 것도 메르스 사태와 닮았다. 당시 1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을 가기 전 평택성모병원 2인실에서 2박3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같이 입원했던 환자, 보호자, 의료진 등 36명이 추가 감염자가 됐다.

16번 환자는 발목 수술을 받은 딸(20)이 입원해 있던 광주21세기병원에서 28일부터 1주일간 지냈다. 2인실에서 딸과 함께 입원 치료도 받았다. 환자 딸은 5일 18번 환자로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환자는 모두 전남대병원에 격리돼 치료받고 있다.

환자가 두 차례 찾은 전남대병원에서 접촉해 격리된 사람은 19명이다. 대부분 의료진이다. 문제는 광주21세기병원이다. 환자가 입원했던 당시 입원 환자는 75명, 의료진 등 직원은 65명에 이른다. 140명이 추가 감염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환자와 같은 3층에 입원했던 환자들을 병원 안에 격리했다. 이들 중 감염 위험이 낮은 사람은 순차적으로 자가격리로 전환할 계획이다.

2차 감염자 발생 여부 촉각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 대규모 2차 감염 사태의 원인이 됐던 것은 14번 환자다. 1번 환자와 평택성모병원에서 함께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의심 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환자를 치료했던 삼성서울병원조차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당시 14번 환자를 통해 추가 감염된 사람만 82명에 이른다.

광주21세기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한 뒤의 대응도 다르지 않았다. 이곳을 통해 2차 감염자가 생길 위험이 있지만 함께 입원했던 환자 중 몇 명이 퇴원했는지, 퇴원한 환자가 추가로 의료기관을 찾은 사례가 있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의료기관조차 광주21세기병원에서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한 동네의원 의사는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이유는 환자들이 다녀간 병원 이름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의사들조차 뉴스를 보고 환자 발생 사실과 대처 방법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