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세운 인천공항 '검역장벽'…연락처까지 직접 전화로 확인

0시40분 베이징발 항공기 승객 도착하자 '중국전용 검역대' 가동 개시
첫 승객 100여명 중 유증상자·연락처 미확인자·후베이성 체류 경험자 없어

4일 0시40분, 중국 베이징 발 대한항공 854편이 인천국제공항 232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이날 0시부터 시행된 이후 첫 중국발 항공기였다.

이 게이트에서 멀지 않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 '중국 전용 검역대'에 서서히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중국 전용 검역대는 다른 지역에서 온 승객들이 감염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중국발 항공기 승객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인천공항에 총 3곳이 설치됐다.

이날 2터미널의 전용 검역대에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소속 검역관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본부에서 파견된 공무원 약 50명이 방역 마스크와 장갑을 쓰고 대기 중이었다.

항공기 도착 약 1시간여 전부터 준비 태세를 갖춰온 이들은 승객들이 항공기에서 쏟아져나오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 대책에 따라 인천공항은 검역 장벽을 겹겹이 세운 상태였다.

가장 앞서서 승객을 맞이한 검역 관계자들은 먼저 승객들에게 '건강상태 질문지'를 받았다.

특히 이번 대책에 따라 외국인 승객들에게는 '특별검역 신고서' 작성도 요구했다.

건강상태 질문지는 '발열,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를, 특별검역신고서는 국내 체류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 후베이성 체류 여부를 밝히도록 한 문서다.

승객들은 이어 검역관 앞으로 이동했다.

검역관들은 체온계로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확인했다.

증상이 있는 사람이 나오면 즉시 격리해 치료 등의 절차를 밟기 위해서다.

증상이 없어 검역대를 무사히 통과한 승객들은 국내 연락처를 확인받는 절차를 밟았다.

앞서 신고서에 제출한 연락처로 실제 연락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날 2터미널 검역대에서는 공무원 24명이 전화기 앞에 나란히 앉아 외국인 승객의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국내에서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까지 확인받은 승객은 '검역 확인증'을 지급받았다.

이 확인증은 다음 단계인 입국 심사 때 제출해야 한다.

확인증이 없으면 입국 심사가 거부된다.

입국 심사에서는 승객의 여권이 후베이성에서 발행됐는지 확인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지목되는 후베이성 체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체류 사실이 확인되면 역시 입국은 거부된다.

이날 딸과 함께 모든 검역 과정을 통과한 한 승객은 "여러 (검역) 단계를 거치긴 했는데 그렇게 불편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며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이날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에서 출발한 승객 100여명 가운데에서는 발열 등 유증상자나 연락처 미확인자, 후베이성 체류 경험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러한 꼼꼼한 검역 단계를 거쳐도 모든 감염자를 검역으로 걸러낼 수는 없다는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된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현재 의학 기술로 잠복기의 감염자를 검역에서 걸러내기는 쉽지 않다"며 "이러한 무증상 감염자가 혹시라도 검역망을 통과해 지역사회에서 증상이 나타냈을 때 바로 알 수 있도록 이런 강도 높은 방법으로 연락처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