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빠르게 날름거리며 고음 내는 아랍식 '환호'
2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 가수 샤키라가 선보인 '특이한 고음'에 지구 반대편 중동이 순식간에 들썩거렸다.

중동에서는 미식축구의 인기가 저조한 탓에 슈퍼볼 역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스포츠 이벤트지만 올해만은 샤키라가 단 2초 만에 이 지역을 슈퍼볼의 열기로 빠뜨렸다.

샤키라는 이날 하프타임 공연에서 'Hips don't lie'를 부르다 카메라 렌즈로 갑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밀더니 혓바닥을 빠르게 날름거리면서 '이상한 고음'을 냈다.

얼핏 들으면 음높이가 높은 요들송이나 재즈의 스캣처럼 들리는 이 소리를 두고 공연이 끝나자마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샤키라가 혀로 했던 것(tongue thing)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어린아이가 남을 놀릴 때 혀를 날름거리는 행동이라든지, 만화 캐릭터 스펀지밥이 유사한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고, 그의 고향인 콜롬비아의 축제 '카니발 드 바란키야'에서 들을 수 있는 '기쁨의 괴성'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중동에서는 샤키라의 고음이 '자그루타'라는 답이 나왔다.

자그루타는 아랍권에서 결혼식이 열리면 신부의 여성 친구들이 축하와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내는 고음으로, 소리를 내는 방식이 샤키라와 매우 유사하다.

자그루타는 특히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지역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자그루타의 원형은 혀가 보이지 않도록 손바닥을 수평으로 코 밑에 댄 채 고음을 낸다.

샤키라의 친가 쪽 조부모가 레바논 이민자 출신이고 이날 공연에서 중동의 전통춤 벨리댄스를 췄다는 점을 근거로 이 지역에서는 그가 자그루타를 했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샤키라라는 이름도 아랍어의 '슈크란'(고맙습니다)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진다.

레바논의 한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샤키라가 우리가 하는 자그루타를 알고 있고 세계적 공연에서 실제 선보이다니 정말 놀라웠다.

샤키라에는 레바논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라는 글을 올리며 기뻐했다.

중동의 네티즌은 SNS에 샤키라의 공연 장면을 올리고 샤키라가 과연 자그루타를 알고 했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미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근동학을 강의하는 하템 바지안은 워싱턴포스트(WP)에 "나는 샤키라의 고음을 듣자마자 자그루타라는 것을 알아챘다"라며 "그의 공연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매우 의미 있는 긍정이다"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일간 더내셔널은 3일 "레바논계인 샤키라는 자그루타를 함으로써 그의 아랍 혈통에 대한 경의를 표했고 이 행동이 인터넷에서 크게 얘깃거리가 됐다"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