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증권사는 대부분 한국 증시를 이끌 ‘포스트 반도체’ 후보로 콘텐츠 플랫폼에 기반한 인터넷·소프트웨어 종목을 꼽았다.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성이 있는 업종이라는 평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쏠림 현상이 당장 바뀌진 않겠지만, 증시가 살아나면 주도주 범위도 확장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중 6명은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업종으로 플랫폼 기반의 소프트웨어주를 지목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으로 볼 때 반도체, 장비 다음은 콘텐츠를 갖춘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은 이미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상대로도 확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석 삼성증권 센터장도 “드라마, 웹툰, 게임 등 한류 콘텐츠를 갖춘 플랫폼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소프트웨어주 가운데서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종목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하반기 자회사 라인과 일본 최대 포털업체 야후재팬의 통합 합의를 비롯해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의 8000억원 투자 유치 등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웹툰 서비스도 국내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한 데 이어 세계 주요국으로 대상을 넓히고 있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2차전지 업종을 한국 증시를 이끌어갈 유력 후보로 꼽았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2차전지,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신산업은 중장기적으로 모두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포스트반도체의 대표주자로 밀고 있는 바이오 업종에 대해선 증권사들의 시각이 엇갈렸다. 상당수 센터장은 제약·바이오가 성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엔 벽이 높다고 봤다. 미국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 스위스 노바티스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을 따라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