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31일 0시 기준 전국 31개 성(省)급 행정구역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9692명, 사망자는 213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 환자는 1982명, 사망자는 43명 늘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세계 감염자가 8098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발병이 보고된 지 한 달 만에 9개월 동안 이어진 사스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확진자 중 1527명이 중태이며 171명은 완치 후 퇴원했다. 의심 환자는 1만5238명에 달한다.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은 11만3579명이며 이 가운데 10만2427명이 의료 관찰을 받고 있다. 영국 2명을 포함해 인도 필리핀 이탈리아에서도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탈리아에선 로마 인근 항구에 기항한 대형 크루즈선(사진)에서 고열이 있는 중국인 두 명이 발견돼 탑승한 7000명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1차 검사 결과 이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모든 승객의 하선을 금지했다. 이 배에는 선원 1000명과 승객 6000명이 탄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 중 중국에서 온 사람은 750명으로 파악됐다.
러시아 정부는 31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일부 철도 노선의 운행을 중지했다.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기차 노선은 모스크바∼베이징, 연해주 그로데코보∼헤이룽장성 쑤이펀허, 자바이칼주 치타∼네이멍구자치구 만저우리 등이 있다. 이들 노선 중 모스크바~베이징 노선만 유지하고 나머지 노선은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하늘길을 폐쇄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이집트는 2월 1일부터, 우크라이나는 2월 4일부터 중국 노선을 잠정 폐쇄할 예정이다. 체코는 중국 국적 시민에게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기로 했다. 북한도 이날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열차와 항공편을 중단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정연일 기자 kdg@hankyung.com'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