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홀로코스트 기록 '아우슈비츠 앨범' 전시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이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1월 27일)을 맞이해 주한 이스라엘대사관(대사 하임 호센)과 마련한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The Auschwitz Album : Auschwitz, A Place On Earth) 전시회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29일 저녁 개막했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열린다.

'홀로코스트'(히브리어로는 '쇼아'(SHOAH·대재앙))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유대인, 슬라브족,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정치범 등 약 1천만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사망자 중 약 600만명이 유대인이었으며, 당시 유럽에 거주하던 유대인의 약 60%가 희생됐다.

유엔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가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1945년 1월 27일을 기념하기 위해 2005년 총회에서 이 날을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주최 측은 20세기 최대의 대학살로 꼽히는 홀로코스트의 잔혹함을 서울 시민에게 알리고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스라엘 야드 바쉠 박물관(Yad Vashem - The World Holocaust Remembrance Center)에 소장된 '아우슈비츠 앨범'이 전시된다.

아우슈비츠 앨범은 1944년 5월 말 폴란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Auschwitz-Birkenau) 강제 수용소로 추방된 유대인들의 이송, 도착, 선별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담긴 세계 유일의 시각 자료로 역사적 기록물로서 가치가 크다.

이 앨범은 독일 도라-미텔바우(Mittelbau-Dora) 강제 수용소가 해방된 1945년 4월, 수감돼 있던 당시 18세 소녀 릴리 야콥(Lilly Jacob)이 나치 친위대(SS) 막사 옷장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고위 SS 장교들에게 보고하기 위한 기록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앨범은 총 56페이지에 193장의 사진을 담았다.

앨범에는 실제 살해 장면을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으나, 홀로코스트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대인들을 태운 화물 기차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유대인들은 '남자들' 그리고 '여자들과 아이들'로 구분됐다.

1백만 명이 넘는 유대인 중 약 90만 명은 도착 즉시 살해됐고, 나머지는 강제 노역자로 수감됐다.

유대인이 가지고 온 소지품은 모두 나치에게 몰수돼 독일인들이 사용하도록 독일로 보내졌다.

릴리 야콥은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했던 나치 전범들이 1960년대에 재판을 받을 때 증인으로 출석해 이 앨범을 증거물로 제출했으며, 1980년 이 앨범이 영원히 보관될 수 있도록 이스라엘 야드 바쉠 박물관에 기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시 개막 인사말에서 주한 독일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이 협조해 열리는 이 전시회의 의의를 설명하고 "끊임없는 교육과 각성을 통해 인류의 평화와 인권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은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사실을 알고 기억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고 인종, 민족, 국가, 종교, 성별 등에 대한 모든 차별과 편견을 초월하는 인권 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개막식은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 행사와 함께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강당)에서 열렸다.

개막식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막사 후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하임 호센 주한이스라엘대사,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의 인사말이 이어졌고 독일 출신 첼리스트 발렌틴 안데르트 강남대 바이마르학부 교수의 공연도 열렸다.

전시 관람 시간은 1∼2월은 평일 오전 9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6시, 3월은 평일 오전 9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7시다.

관람료는 무료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seoul.go.kr)나 전화(☎02-724-0274)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