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체류했다면 귀국 2주 지나야 기숙사 이용 가능" 사건팀 = "설 쇠고 기숙사 왔는데 생각해보니 제 룸메(룸메이트)가 중국인이네요.
명절에 집에 갔다 온다고 했는데 어쩌죠."
서울 시내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학가에서 방학 기간에 중국에 다녀온 학생들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대학(전문대 포함)의 외국인 유학생은 총 16만165명이며 이 중 중국인이 7만1천67명으로 절반 가까이 된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조수현(26)씨는 "신촌·이대 일대에는 지금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는데, 2월이 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까 걱정"이라며 "중국에 다녀온 유학생들더러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학교가 제대로 된 방역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숙사에 거주 중인 유영환(23) 씨는 "내가 사는 층에는 화장실과 샤워장이 공용이라 더 걱정된다"며 "학교 차원에서 중국을 다녀온 학생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배치해 기숙사에 드나드는 학생들이 반드시 이용하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A(23)씨는 "옆 방에 중국인 유학생이 살고 있는데 설을 맞아 중국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 학기가 되기 전에 기숙사를 나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대 4학년 권모(27)씨는 "학교에 중국 학생들이 많은 편인데, 개강하면 우한 폐렴이 확산할까 봐 걱정된다"며 "국내 중국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우한 폐렴이 퍼질 위험이 남아 있는 만큼 학교 당국이 이번 학기만이라도 중국 학생들이 오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내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막연한 경계나 혐오 발언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대학원생 김건웅(22) 씨는 "기숙사와 교내에 중국인이 많아서 걱정은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중국인) 모두가 보균자도 아니고, 중국인이 아닌 사람들도 보균자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불안에 대학 측도 중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현황 파악에 나서거나 등교 자제를 요청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는 재학생 전원에게 '지난 13일 이후 중국 우한시를 다녀온 학생은 증상이 없더라도 입국 후 14일간 등교를 금지한다.
모든 학내 구성원은 등교 및 출근 시 꼭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고려대 역시 후베이성에 체류했던 직원과 학생에게 감염 증상이 없더라도 귀국 후 최소 14일간 등교를 해선 안 된다고 공지했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내 지역에 체류한 경우에도 등교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중국에 체류한 경우 2주간 기숙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부득이한 경우는 학교가 지정한 장소에 머물며 하루 1회 이상 증상 여부를 자진 신고하도록 했다.
연세대는 전 교직원 및 재학생에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 현황 파악'이라는 제목의 설문조사 양식이 포함된 이메일을 보냈고, 서강대는 '확진 환자, 의심 환자, 조사대상인 유증상자는 소속 학부 행정실이나 보건실에 30일까지 반드시 고지해 달라'고 공지했다.
이화여대는 학교 차원에서 운영하는 단체 캠퍼스 투어를 중단했으며, 기존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대학가에서는 2월부터 진행되는 신입생 환영 행사인 새내기 배움터(새터·오리엔테이션)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신입생과 재학생들이 리조트 등 좁은 공간에 밀집된 상태로 2박 3일을 보내는 행사 특성상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쉽다는 걱정 때문이다.
연세대는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취소했고 숙명여대도 내달 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계획했던 수시전형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취소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29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현재 확산하고 있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2020 새터 취소를 논의 중"이라며 "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학우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도 "내부적으로 새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급하게 논의 중"이라며 "학교 측과도 대응 방향을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재학생 및 졸업생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새터를 미루거나 취소하도록 촉구하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으며, 일부 단과대는 행사 취소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