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해방 75주년…생존자 200여명·독일 등 50여개국 대표단 참석
독일서도 추모 행사…"EU 순회의장국 맡으면 반유대주의와의 싸움 우선할 것"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아우슈비츠 나치 강제수용소 해방 75주년을 맞아 이곳에 모여 희생자들을 기렸다.

각국에서 반(反)유대주의 부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국제사회에 반유대주의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AFP, dpa 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우슈비츠 수용소 '죽음의 문' 앞에서는 이스라엘과 미국, 호주, 러시아 등 각국에서 온 홀로코스트 생존자 200여명과 세계 50여개국 대표단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주최한 이날 추모식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비롯해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 벨기에와 스페인, 네덜란드 왕실 인사 등이 참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0년 지어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는 유대인 약 110만명이 학살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당한 유대인은 총 600여만 명에 이른다.

유엔은 1945년 1월 27일 옛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혀있던 유대인들을 해방한 것을 기념해 이날을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일'로 지정했다.

두다 대통령은 이날 추모식에 앞서 성명을 통해 "우리는 75년 전 유럽의 한가운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의 토대 위에서 세계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홀로코스트의 진실은 죽지 않아야 하며, 우리는 세계가 이 범죄를 기억하도록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에서, 거리에서, 정치 권력의 중심에서 증오를 퍼뜨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우리의 의무는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주의, 파시스트의 향수와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의 유대교 최고 지도자(랍비) 미하엘 슈드리흐는 "우리는 반유대주의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기다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에서도 이날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아우슈비츠로 향하기 전 베를린에 있는 대통령 관저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 3명과 만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날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함께 베를린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5주년 자선음악회에서 개회사를 한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전날 현지 주간지 슈피겔 기고에서 반유대주의 부활을 막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대인들이 대규모로 독일을 떠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오는 7월 독일이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을 맡으면 반유대주의와의 싸움을 우선 사항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