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사토루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툭하면 자책하고 자학하는 마음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나쁜 질문을 던지고 비난하는 또 다른 자아와 함께 살아간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다 내 탓이야." "더 잘할 수는 없었니?"
주변에서 아무리 "괜찮다", "잘한다"고 말해줘도 이들은 좀처럼 수긍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정해둔 검열 장치를 통과하려 애쓴다.

자기성찰이 지나쳐 자책하고 몰아붙이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무시하고 미워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늘 못마땅하다.

그래서 괴롭고, 피곤하고, 성장도 더디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어쩌다 이런 습관에 빠져들었을까?
일본 정신과 의사 사이토 사토루 박사는 저서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를 통해 이처럼 자기 비난이라는 마음 습관을 지닌 이들이 왜 그렇게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게 됐는지 살핀다.

50년 경력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자기 비난의 원인과 과정을 찾아내어 더는 자신을 비난하지 않도록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습관적 자기 검열과 비난은 아픈 경험, 상처, 대인관계 등에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여기서 풀려나려면 그 원인을 찾아내어 실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비난자를 찾아 자신을 놓아주라고 권장한다.

저자는 자기애와 자존감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설파해왔다.

아무리 자존감을 높이고 싶어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자책감과 죄책감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자존심은 고사하고 행복이나 자기존중감을 가질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작은 실수, 잘못된 신념, 감정 처리의 미숙함, 자기연민, 결핍감 등이 어떻게 삶을 좌우하는지 보여준다.

더불어 왜 자신이 아픈지 모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몰랐던 괴로움의 근본 원인을 찾아낸다.

책은 1장에서 '내적 어머니'로 불리는 엄격한 자기 감시 장치가 자리 잡은 이유와 그것이 우리 삶을 괴롭히는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제2장에서는 죄책감이 사랑을 주고받는 데 어떤 악영향을 끼치고 왜곡된 사랑이 어떻게 죄책감을 강화하는지 보여주며, 3장에서는 죄책감을 강화하는 다양한 외부 요소를 진단하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어 4장에서는 인간관계에서 이탈되는 공포가 어떻게 자신을 지우고 다수의 기준에 맞추도록 만드는지,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알려주고, 5장에서는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외로움을 극복하고 홀로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6장에서는 불행은 운명이 아닌, 그동안 자신이 배우고 반복해온 성격과 습관의 힘임을 깨닫게 하며, 마지막 7장에서는 분노가 억압돼 원망이 되는 심리 과정을 추적해 원망이 어떻게 관계를 파괴하는지, 원망을 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해준다.

매사가 그렇듯 습관적 죄책감도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

저자는 어린 시절 '불량품'이 아닌 '우량품'이 되고자 가족 내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화목한 가족'이라는 환상을 유지하려고 개인 욕망을 어떻게 희생했는지, 고독해지지 않으려고 어떻게 '참 자기'를 죽이고 타인의 욕구에 자신을 맞추는 '거짓 자기'를 키우는지 파헤친다.

저자는 "그동안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아왔을까, 과연 누구에게 분노를 쏟아내 왔을까, 타인을 위해 살아오면서 나 자신에게만 분노를 토해내지 않았는가 곰곰이 생각해보자"며 "이제 나를 위한 인생을 살아가자. 내 안의 욕망을 꼭꼭 숨겨두지 말고 표현하고 추구하며 살 때 당신 앞에는 꽃길이 펼쳐질 것이다"고 말한다.

심플라이프. 장은주 옮김. 272쪽. 1만4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