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피해' 한국인 가족 "대행사도 소극 대처"…대사관 "엄중 항의할 것"

설 명절을 맞아 태국의 유명 관광지를 찾은 한국인 가족이 한국도 '우한 폐렴' 환자 발생국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한 숙박업소로부터 일방적으로 예약 취소를 당한 것으로 26일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수현(39.자영업) 씨는 설 연휴를 맞아 외국계 여행 예약대행사를 통해 지난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태국 파타야의 한 빌라를 예약했다.

김씨 부부와 시어머니, 그리고 아이들 등 총 7명은 오후 방콕을 떠나 저녁 무렵 파타야에 도착했다.

SNS 메신저를 통해 빌라 주인에게 숙소 위치를 물어본 김씨는 돌아온 답을 보고 황당했다.

사전에 한 마디도 없다가 우한 폐렴 때문에 예약을 취소했다면서 이미 지불한 숙박비는 돌려주겠다는 '일방 통보'였다.

김씨는 우한 폐렴은 중국에서 발생한 것이며 자신들은 한국인이라고 항의했지만, 집주인은 "한국에서도 그 병이 발생했다"면서 요지부동이었다.

일방적인 취소 이유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다른 손님과 '이중계약'을 해놓고 우한 폐렴을 핑계로 드는 게 아니냐고 따졌지만, 이후부터는 대답조차 안 했다고 한다.

막막해진 김씨는 예약 대행사에 연락을 취했다.

글로벌 업체인 만큼 책임 있는 조처를 해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늦었는지 연락이 닿질 않았고, 26일 오전에야 통화가 된 뒤 김씨는 또 한번 속이 상했다.

예약 대행사가 "환불 불가 상품인데 무료취소를 해드렸다", "숙박비의 10%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면 되겠느냐"는 등 이번 문제를 돈과 연관된 문제로만 여겼다는 것이다.

업체를 통해 해당 숙소 예약을 한 만큼 책임 있는 자세로 정확한 예약 취소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해 고객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음에도, "자신들도 연락이 안 된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게 김씨 주장이다.

연합뉴스는 숙소 측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예약 영수증에 기재된 번호는 없는 번호라는 응답만 나왔다.

숙소 측에 이메일을 통해 김씨 주장이 사실인지를 묻고, 동시에 "그렇다면 태국을 포함해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한 다른 국가 국민들의 예약 또한 취소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지만, 기사가 나가는 시점까지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

연합뉴스는 또 여행 대행업체 측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일단 "제삼자와는 상담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시어머니와 아이들 등 7명의 일행이 파타야 도착 당일 잘 곳이 갑자기 없어지는 바람에 길거리에서 몇 시간을 헤맸다는 김씨는 연합뉴스에 "숙소 측의 일방적 예약 취소도 황당하지만, 여행 대행업체의 성의 없는 행태에 더욱 화가 난다"면서 "여행인지, 악몽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나라에서건 태국 내 다른 지역에서건 저희와 같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주태국 한국대사관은 김씨의 경우와 같은 민원이 접수된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태국 관광체육부 등에 '한국은 전염병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하고 있는 만큼, 합리적이지 않은 사유로 우리 국민이 차별받지 않도록 조치해줄 것'을 당부하고, 해당 숙박업소에도 엄중히 항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