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설 풍습'…날씨로 길흉화복 점치고, 차례상엔 카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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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가까운 친척 집 돌아다니며 제사 지내
옥돔·귤·기름떡 등 독특한 차례 음식 '눈길'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 어른들은 오랜만에 가족을 만날 설렘에, 아이들은 세뱃돈을 받을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설의 어원은 '낯설다', '서다', '섧다' 등에서 유래했다.
첫날이라 익숙하지 않고, 한해를 새로 세우고, 늙어감에 따라 서럽다는 뜻이 담겼다.
◇ 아침부터 저녁까지 '멩질 먹으러'
그렇다면 과거 제주에서는 설을 어떻게 보냈을까.
향토사학자들에 따르면 제주는 설 아침에 상을 차리고 웃어른에게 먼저 세배한 뒤 조상께 차례를 올렸다.
설 아침 부모는 자녀에게 "오늘은 조상이 오시는 날이니 일찍 일어나라"고 채근하며 평소보다 빠르게 하루를 시작했다.
이때 "정월 초하룻날 늦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는 말도 보태졌다.
제주는 상을 차리는 것을 '제를 벌인다', 친척 집으로 향하는 것을 '멩질('명절'의 제주어) 먹으러 간다'고 표현했다.
제사는 집안에 따라 다르지만 우선 자신의 집에서 지내고 가까운 친척 집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윗집부터 차례를 지내는 경우 먼저 고조부모제를 지내고, 그다음 증조부모제, 조부모제, 부모제의 순으로 내려온다.
이렇게 제사를 지내면 시간이 오래 걸려 자손이 많은 집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8촌 이내로 한정하거나 한꺼번에 제를 지내는 등 절차가 점차 간소화되고 있다.
검은 두루마리를 입고 세배를 하러 다니는 모습도 설 명절 진풍경 중 하나였다.
예전에는 음력 1월 1일부터 15일까지 모든 친척 집을 방문하며 드렸던 세배도 2∼3일 안에 끝내는 추세다.
제주는 설 날씨를 보고 한해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기도 했다.
설에 구름이 많으면 보리는 풍작, 어업은 흉작이 들고, 비와 번갯불이 보이면 도둑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바람 분 뒤 비가 오면 가뭄이 생길 징조였다.
동풍 불면 풍년이 들고, 남풍이 일면 사람들에게 병이 찾고, 눈이 오면 사람들이 평안할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 옥돔·귤·기름떡·카스텔라 등 독특한 차례 음식
제주만의 설 풍습만큼이나 독특한 것이 차례 음식이다.
제주는 땅은 좁지만 따뜻한 데다 어촌과 농촌, 산촌이 두루 있어 차례 음식도 차별적이다.
특히 옥돔은 제주에서만 잡히는 귀한 생선답게 제주만의 독특한 제물 1순위로 꼽힌다.
제주는 예부터 제사나 명절에 쓰기 위해 집마다 옥돔을 말려서 보관해놨다.
옥돔은 구이는 물론, 미역국이나 뭇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차례상에 올려진다.
제주의 대표 과일인 '감귤'도 차례상의 터줏대감이다.
제주는 사과나 배 이외에도 감귤과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 등 다양한 귤 종류를 차례상에 올린다.
최근 들어 많이 재배되는 파인애플과 바나나, 애플 망고 등 아열대 과일도 차례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름떡도 제주의 명절에서는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기름떡은 뜨거운 물로 반죽한 찹쌀가루를 톱니바퀴 모양으로 찍어낸 뒤 기름에 지진 떡이다.
별 모양이어서 '별 떡'이라고도 불린다.
지져낸 뒤에 설탕을 듬뿍 뿌려 달콤하고 고소해 설 차례상 인기 음식 중 하나다.
롤케이크나 카스텔라도 제주에서는 보편적인 차례 음식이다.
이 때문에 명절날 친척 집에 방문할 때 서양식 빵을 사 들고 가는 사람이 많다.
제주에서 차례상에 빵을 올리게 된 유래는 정확히 전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보릿가루나 밀가루에 막걸리를 부어 발효 시켜 쪄낸 상외떡을 차례상에 올리던 문화가 빵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제주도와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제주의 음식문화'(허남춘·주영하·오영주)에서는 "1990년대 들어 손이 많이 가는 떡은 방앗간에 주문하고, 상외떡 또는 카스텔라는 제과점에서 사 온다"고 설명했다.
또한 간편식 등이 발달하면서 '골감주'(차조식혜·제사나 차례에 쓰는 제주의 전통 음료) 대신에 주스나 음료수, 제물빵 대신 초코파이를 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dragon.
/연합뉴스
옥돔·귤·기름떡 등 독특한 차례 음식 '눈길'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 어른들은 오랜만에 가족을 만날 설렘에, 아이들은 세뱃돈을 받을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설의 어원은 '낯설다', '서다', '섧다' 등에서 유래했다.
첫날이라 익숙하지 않고, 한해를 새로 세우고, 늙어감에 따라 서럽다는 뜻이 담겼다.
◇ 아침부터 저녁까지 '멩질 먹으러'
그렇다면 과거 제주에서는 설을 어떻게 보냈을까.
향토사학자들에 따르면 제주는 설 아침에 상을 차리고 웃어른에게 먼저 세배한 뒤 조상께 차례를 올렸다.
설 아침 부모는 자녀에게 "오늘은 조상이 오시는 날이니 일찍 일어나라"고 채근하며 평소보다 빠르게 하루를 시작했다.
이때 "정월 초하룻날 늦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는 말도 보태졌다.
제주는 상을 차리는 것을 '제를 벌인다', 친척 집으로 향하는 것을 '멩질('명절'의 제주어) 먹으러 간다'고 표현했다.
제사는 집안에 따라 다르지만 우선 자신의 집에서 지내고 가까운 친척 집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윗집부터 차례를 지내는 경우 먼저 고조부모제를 지내고, 그다음 증조부모제, 조부모제, 부모제의 순으로 내려온다.
이렇게 제사를 지내면 시간이 오래 걸려 자손이 많은 집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8촌 이내로 한정하거나 한꺼번에 제를 지내는 등 절차가 점차 간소화되고 있다.
검은 두루마리를 입고 세배를 하러 다니는 모습도 설 명절 진풍경 중 하나였다.
예전에는 음력 1월 1일부터 15일까지 모든 친척 집을 방문하며 드렸던 세배도 2∼3일 안에 끝내는 추세다.
제주는 설 날씨를 보고 한해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기도 했다.
설에 구름이 많으면 보리는 풍작, 어업은 흉작이 들고, 비와 번갯불이 보이면 도둑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바람 분 뒤 비가 오면 가뭄이 생길 징조였다.
동풍 불면 풍년이 들고, 남풍이 일면 사람들에게 병이 찾고, 눈이 오면 사람들이 평안할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 옥돔·귤·기름떡·카스텔라 등 독특한 차례 음식
제주만의 설 풍습만큼이나 독특한 것이 차례 음식이다.
제주는 땅은 좁지만 따뜻한 데다 어촌과 농촌, 산촌이 두루 있어 차례 음식도 차별적이다.
특히 옥돔은 제주에서만 잡히는 귀한 생선답게 제주만의 독특한 제물 1순위로 꼽힌다.
제주는 예부터 제사나 명절에 쓰기 위해 집마다 옥돔을 말려서 보관해놨다.
옥돔은 구이는 물론, 미역국이나 뭇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차례상에 올려진다.
제주의 대표 과일인 '감귤'도 차례상의 터줏대감이다.
제주는 사과나 배 이외에도 감귤과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 등 다양한 귤 종류를 차례상에 올린다.
최근 들어 많이 재배되는 파인애플과 바나나, 애플 망고 등 아열대 과일도 차례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름떡도 제주의 명절에서는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기름떡은 뜨거운 물로 반죽한 찹쌀가루를 톱니바퀴 모양으로 찍어낸 뒤 기름에 지진 떡이다.
별 모양이어서 '별 떡'이라고도 불린다.
지져낸 뒤에 설탕을 듬뿍 뿌려 달콤하고 고소해 설 차례상 인기 음식 중 하나다.
롤케이크나 카스텔라도 제주에서는 보편적인 차례 음식이다.
이 때문에 명절날 친척 집에 방문할 때 서양식 빵을 사 들고 가는 사람이 많다.
제주에서 차례상에 빵을 올리게 된 유래는 정확히 전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보릿가루나 밀가루에 막걸리를 부어 발효 시켜 쪄낸 상외떡을 차례상에 올리던 문화가 빵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제주도와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제주의 음식문화'(허남춘·주영하·오영주)에서는 "1990년대 들어 손이 많이 가는 떡은 방앗간에 주문하고, 상외떡 또는 카스텔라는 제과점에서 사 온다"고 설명했다.
또한 간편식 등이 발달하면서 '골감주'(차조식혜·제사나 차례에 쓰는 제주의 전통 음료) 대신에 주스나 음료수, 제물빵 대신 초코파이를 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