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준비에 시장·마트 모처럼 분주…높아진 물가엔 '휴'
"깻잎 전이랑 호박전은 얼마에요?", "어휴, 비싸. 그래도 명절인데 조금만 깎아줘요.

"
설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등은 명절 음식을 준비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손님들이 10여명씩 줄을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가게도 드물지 않았다.

맛집으로 알려진 전(煎) 가게 앞에는 설 차례상에 올릴 명태전과 녹두전 등을 골라 바구니에 가득 담은 손님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최경환(39)씨는 "다른 건 비슷한데 채소가 좀 비싸다.

애호박은 작년과 비교해 거의 2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 통인시장의 떡 가게 주인은 "설인데 따뜻한 떡으로 드시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을 손님에게 건넸다.

한 중년 여성이 떡을 고른 뒤 현금이 조금 부족하다고 말하자 이 상인은 "이따가 가져다주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광진구 자양시장 역시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녹두전과 명태전 등은 굽기가 무섭게 팔려나갔고 갈비찜용 고기도 인기가 높았다.

반찬 가게 주인 양동천(63)씨는 "원래 김치, 젓갈류만 파는데 명절인 만큼 아침부터 명태전, 동그랑땡 등을 굽고 있다.

손님들을 배려해서 값은 작년과 같이 맞췄다"고 말했다.

손님 박해옥(64)씨는 "올해는 나물 몇 개와 잡채 등만 만들어 간소하게 차례상을 준비할 예정"이라면서 "며느리에게 시키는 것보다는 내가 마음 편하게 찬찬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는 명절 상을 준비하기 위해 채소와 과일, 생선 등을 고르는 가족 단위 쇼핑객들로 붐볐다.

홍삼 제품 판매 코너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설날 맞이 행사로 한우 불고기를 할인 판매한다는 안내가 나가자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곳곳에서 '명절이긴 하네', '사람이 너무 많다'는 말도 들려왔다.

심모(47)씨는 "가족과 명절 음식을 준비하려고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재료들이 전반적으로 비싼 것 같다"며 "국내산 문어가 너무 비싸 수입산을 샀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명절 대목인데도 경기가 예년만 못하다며 한숨 짓는 상인들도 꽤 있었다.

공덕시장에서 35년째 빈대떡 장사를 한다는 이수일(52)씨는 "작년보다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

가게에 들어왔다가도 전이 비싸다고 돌아가신 분도 여러 명"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통인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소영례(76)씨는 "작년에는 추석 전날 100만원어치를 팔았는데 오늘은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해서 10시가 되도록 3만원어치 밖에 안 팔렸다"며 답답해했다.

/연합뉴스